부채 부담 여전, ‘채권단 지분’ 매각 이슈 발목…금호타이어 “재무 개선, 투자 여력 확보중”
금호타이어의 남은 과제는 주가다. 더블스타는 2017년 당시 금호타이어보다 총자산이나 매출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당연히 자금력이 부족해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사주지 못했다. 채권단은 어쩔 수 없이 6463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더블스타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고(지분 45% 확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은 추후 장내 매각하기로 했다. 즉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장내에서 매각 완료해야만 금호타이어 정상화 작업은 끝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이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주가가 발작을 일으키듯 주저앉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제품 인기 높지만…
금호타이어는 3분기 매출이 1조 1150억 원으로 전년대비 14.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2억 원으로 4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이 증권가 전체 예상치를 10.6% 웃돌았다.
타이어업계는 원재료 가격 인상과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는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유럽 유통망 정상화로 매출이 늘고 있다. 내수시장에선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반면 북미와 유럽, 중국은 각각 14%, 29%, 19% 증가한 것이다. 유럽과 중국에서의 실적 호전은 이미 기대하고 있었는데 북미 지역에서 신규 차종에 대한 공급 확대 및 신규 거래처 발굴로 신차용과 교체용 타이어 매출이 각각 25%, 11% 증가한 것이 고무적이다.
업계 불황에도 영업이익률이 12.6%에 달한 것은 마진율이 높은 고인치(18인치 이상) 프리미엄 제품군 ‘이노뷔’ 등의 인기가 높은 덕분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전체 매출에서 고인치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기준 41.8%를 기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타이어산업은 낮은 수요 증가세에다가 판가와 원가의 스프레드 축소(마진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고전하고 있는데, 금호타이어는 영업력 회복에 따른 외형 성장 등으로 이익이 증가하는 구간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도통 낮아지지 않는 부채비율에다 채권단 지분 매각 움직임이다. 금호타이어는 3분기 또 한 번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부채비율이 아직 200%로, 전기대비 9%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총차입금이 2분기 말보다 1098억 원 감소하기는 했으나 아직 1조 9836억 원에 달하는 것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공장 가동률이 97%에 달한다. 마땅히 공장 신설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자금이 없어 제때 시설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서 중국 및 베트남 공장에서의 설비 효율화를 통해 내년까지 400만~500만 본 규모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생산능력이 7%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들은 더블스타의 부족한 자금 지원에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에 독자 경영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인수 때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 말고는 전혀 자금을 지원한 적이 없다. 2021년부터 금호타이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일택 대표이사를 흔들지 않고 있는 것이 더블스타의 유일한 업적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외부로부터의 자금 지원이 없다 보니 금호타이어는 하나의 변수만 불거져도 재무 안정성이 크게 흔들린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차입금을 1조 6000억 원선에서 관리하다가 2022년 국내 및 베트남 생산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차입금이 2조 2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하필이면 그 당시 원부자재 가격 상승, 통상임금 소송 관련 자금 유출 부담도 겹쳤다.
더 뼈아팠던 것은 지난해다. 지난해 금호타이어와 채권단은 자율협약 당시 받은 차입금 금리를 재조정했는데, 고금리 여파로 대출금리가 대폭 뛰었다. 기존 이자율은 연 2.50%에서 4%였으나, 연장 과정에서 연 6.92~7.05%로 폭등했다. 높아진 금리를 2027년까지 재협상 시기까지 고스란히 납부해야 한다. 이렇게 빚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보니 금호타이어는 현재 유럽 내 공장 신설, 광주 공장 이전 등을 추진함에도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채권단이 지분 약 19% 보유
한 신용평가사는 금호타이어를 분석하면서 “국내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타이어가 아직 은행권 차입 등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오랫동안 물려 있는 영향이기도 하다. 현재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약 19%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2010년 출자전환한 물량이다. 이미 대출로 내줬던 4600억 원을 돈으로 받지 못하고 주식으로 바꿔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주식양도제한을 담은 주주합의서를 작성했고, 이 제한이 지난 7월 풀렸다. 그리고 제한이 풀리자마자 우리은행이 블록딜(대량 매매)로 주식 1100만 주를 주당 5509원에, 수출입은행이 장내매도로 29만 1726주를 주당 6206원에 팔았다. 지난 5월 실적 개선 기대감에 한때 8360원까지 올랐던 금호타이어는 채권단 지분 매각에 화들짝 놀라며 주가가 급락했다. 계속된 실적 호전 소식에도 현재 주가는 430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금호타이어가 지난 11월 11일 하루 전체 거래대금이 12억 원에 불과했을 정도로 비인기 주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 매물이 대규모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는 주가에 치명적이다. 다수의 증권사 연구원이 금호타이어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 의견을 내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금호타이어는 자금 조달이 필요한데, 채권단은 돈을 빌려줄 생각은 없고 주식 팔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채권단의 오버행 리스크(잠재 매도 물량 부담) 때문에 주가가 억눌려서 유상증자도 쉽지 않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나라 상장사는 주가와 이익을 비교하는 주가이익비율(PER)이 평균 10배이지만, 금호타이어는 4배에 불과하다”면서 “오버행 이슈가 있어도 만약 배당이라도 한다면 어느 정도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빚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은 당장 주식을 팔지는 않을 전망이다. 본전 이상이어야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주식을 주당 최소 6000원에서 6000원대 후반에 팔아야 본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주면 될 것 같다”면서 “매출액과 고인치 판매 비중, 전기차 공급 비중 확대 부문에서도 목표대로 순항하고 있으며 증설과 신규 공장 건설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