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해 신고받고도 ‘스마트워치 권유’ 수준…검찰 구치소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 청구 안해

#검찰의 연이은 잠정조치 4호 청구 안해
7월 26일에 오후 5시 12분경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의 한 노인보호센터에서 홀로 근무 중이던 60대 여성이 흉기에 찔린 채 발견돼 결국 숨졌다. 범인은 피해 여성을 스토킹하던 60대 남성으로 다음 날 오전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주거지 100m 이내 접근 금지와 통신 금지 등을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 4호를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참고로 스토킹처벌법 제 9조는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1호는 서면 경고, 2호는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 이용 접근 금지, 4호는 유치장 또는 구치소 유치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잠정조치를 법원에 청구하지 않은 검찰의 판단은 단 6일 만에 흉기 살해 사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지만, 사건 당시 피해자가 착용하지 않아 긴급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틀 뒤인 28일 오후 3시 38분경에는 울산 북구의 한 건물 지상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이 2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범행 직후 도주하려 했지만 인근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제압당해 경찰에 검거됐다. 피해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중태다.

추가 범행을 우려한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긴급 상황 시 자동 신고되는 112연계 시스템도 등록했다. 바로 가해자에게 ‘긴급응급조치’를 내리고 14일 검찰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23일 잠정조치 1, 2, 3호를 결정했다. 당시 경찰은 점정조치 4호까지 청구했지만 이번에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그리고 5일 뒤 흉기 피습 사건이 벌어졌다.
#네 차례와 두 차례 112 신고 이뤄졌지만
하루 뒤인 29일 정오 즈음에는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빌라 앞 길가에서 20대 남성이 교제하던 3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도주했다. 피해 여성은 결국 사망했다.

이번에도 피해 여성은 네 차례나 가해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었다. 2024년 11월 1일 식당에서 다투다 그릇을 파손한 혐의로 신고돼 형사 입건됐으며, 2일에는 피해 여성의 오토바이를 비롯한 물건들과 부동산 계약서 등을 가져가 절도와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신고됐다. 그런데 경찰은 "범죄에 성립되지 않는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6월 27일에는 인근 편의점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가해 남성이 소란을 피워 폭행 등의 혐의로 다시 형사 입건됐다.
그럼에도 피해자를 위한 별다른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 여성에게 수차례 스마트 워치 착용 등을 권하며 피해자 조사를 위한 경찰서 출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응하지 않아 강제할 순 없었다는 입장이다.
31일 오전 3시 17분경에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60대 남성이 마사지 업소를 개조한 주거지에 함께 살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살려달라”는 피해 여성의 비명을 듣고 관리인이 신고해 가해자가 바로 체포됐고, 피해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이 사건도 과거 두 차례나 112 신고가 접수됐었다. 2023년 6월 11일 가해자의 폭행으로 피해 여성이 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결국 가해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지난 7월 26일 오후 10시 무렵에도 112 신고가 이뤄져 경찰이 10여 분 만에 출동했지만 피해 여성은 “별일 아니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안전 파악을 위해 피해 여성에게 수십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 겨우 연락이 닿았을 때에도 피해자는 대면 조사 요구에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불과 5일 뒤에 살해됐다.
두 사건에서 모두 경찰의 적극적인 보호조치는 없었다. 전화를 걸어 권고하는 수준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찰을 두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