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외국인까지 업소 드나들어…재개발 표류 속 소극적 행정 대응
11월 13일 오후 7시. 골목에 붉은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낮 동안 검은 커튼에 가려져 있던 작은 방 너머에 등이 켜지며 유리창 안 의자에 앉은 여성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퇴근길 인파와 근처 백화점에서 유동인구가 몰려드는 사이, 여성들은 행인의 움직임에 맞춰 고개를 들고 유리문을 두드렸다. 때때로 반쯤 열린 문 사이로 여성들이 “보고 가라”며 호객행위를 했다.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영등포 골목 풍경이다.

골목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요즘은 해가 일찍 지니까 보통 저녁 7시쯤부터 새벽까지 영업한다”며 “손님은 대부분 30~40대 남성”이라고 전했다.
업소 관계자들은 “여기 업소 수가 계속 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익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건물주들이 새 입점을 꺼리고 기존 세입자조차 내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집세도 제대로 못 내는 포주들이 많아서 건물주가 아예 안 받으려 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실제로 골목 곳곳에는 자정이 넘도록 불이 들어오지 않은 유리방이 남아 있었고, 일부 점포에는 ‘임대 문의’ 종이가 붙어 있었다.
현장에서는 이곳으로 유입되는 여성은 오히려 늘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청량리 전농동 588, 천호4가 텍사스 등 서울의 주요 성매매 집결지들이 재개발로 잇따라 사라졌고, 최근에는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까지 강제 철거를 앞두면서 사실상 영등포가 마지막 남은 집결지가 됐다. 성매매 여성 A 씨는 “수도권에 집결지가 많이 없어지면서 결국 다 영등포로 몰렸다”며 “그때 들어온 인원이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골목 역시 재개발 바람이 불며 철거가 예고된 지역이다. 영등포구는 2018년부터 영등포역 주변 환경 정비에 착수한 뒤 2021년 6월 이 일대를 ‘영등포 도심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계획안에는 올해 최고 44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 조성이 포함돼 있다.
2021년 당시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을 추진하던 조합장은 성매매 업소 운영에 관여한 혐의로 시민단체에 고소됐고, 2024년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 여파로 재개발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근 주민들도 더는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골목 인근에서 54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A 씨는 “여기 재개발은 아직 멀었다. 다들 최소 4~6년은 더 걸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 역시 “지금 재개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들은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미뤄지는 사이 현장에서 불법 영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자체와 경찰 대응은 소극적인 상태다. 영등포구청은 “성매매 단속 권한이 없다”며 재개발이 추진되면 자연스럽게 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경찰은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구체적 신고가 있어야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결지 인근 주민들은 “예전엔 가끔 단속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두고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 24일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단체 ‘다시함께상담센터’는 영등포 성매매집결지 일대 토지주·건물주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센터는 피고발인들이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면, 이는 성매매의 물적 기반을 제공해 알선에 기여하고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통해 성매매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하며 전국 유사 범죄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의 법률대리인 형장우 변호사는 “파주시 용주골 사례처럼 일부 지자체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집결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영등포 역시 행정대집행 등 다양한 조치를 검토할 만큼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