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아이디에셋 중심 네트워크 형성…대장동 일당 엑싯 플랜으로 활용 가능성

6월 27일 검찰은 김만배 씨 6111억 원, 남욱 변호사 1011억 원, 정영학 회계사 647억 원을 각각 구형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8억 5200만 원), 정민용 변호사(37억 2000만 원) 등에게도 추징금을 구형했다.
김만배, 남욱, 정영학 등 3인에 대한 추징금 구형 액수가 전체 추징금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법원은 김만배 씨에게만 428억 원 추징을 명했다. 정민용 변호사에겐 37억 2000만 원이 선고됐다.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추징금은 물지 않게 됐다. 검찰이 대장동 재판 항소를 포기하면서 이들의 추징금은 0원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 1심 재판 후 청담동 건물에 대한 추징보전 명령 취소를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에 청구했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재산을 묶어두는 제도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의 ‘엑싯 플랜’이 가동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건물 소유주는 아이디에셋이라는 법인이다. 아이디에셋 관계자들의 네트워크를 들여다보면 대장동 일당 ‘인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대장동 일당과 주변인들이 아이디에셋을 비롯한 관련 법인에 다리를 하나씩 얹고 있는 형국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담동 건물 가액이 검찰 구형 추징금에 비교할 만한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장동 일당 전체에게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상징적 재산처럼 보인다”면서 “이 재산이 현금화되면 재산을 소유한 법인을 둘러싼 여러 관계자들에게 ‘현금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이디에셋 전직 공동대표 정 아무개 씨는 천화동인5호 대표이자,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 동생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씨는 2018년 8월 8일부로 아이디에셋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유원홀딩스는 대장동 일당 가운데 한 명인 정민용 변호사가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법인이다. 유원홀딩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지만, 전화번호는 청담동 건물에 사무실을 둔 아이오플렉스와 같았다.
유원홀딩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퇴직할 즈음 만들어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 최대 실세라는 의미의 ‘유원(Yoo 1)’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100%를 정민용 변호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검찰은 유원홀딩스를 대장동 개발수익 세탁창구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1239.5m²(약 375평) 토지를 500억 원에 매물로 내놨다는 소식도 화제를 모았다. 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은 NSJ피엠이다. 남 변호사가 대표로 재직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NSJ피엠에 유일한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는 남 아무개 씨는 NSJ홀딩스(천화동인4호) 유일한 사내이사 남 아무개 씨와 동일인이다. 두 법인 실소유주로 남 변호사가 지목되고 있다.
NSJ피엠은 이 토지를 2021년 300억 원에 사들였다. 토지 매입 당시 ‘화천대유 배당금 재투자 의혹’이 불거졌다. 최근 이 토지는 500억 원대 매물로 나왔다. 거래가 이뤄질 경우 예상되는 시세차익은 200억 원 규모다. 토지는 현재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NSJ피엠은 아이디에셋과 서울시 구로구에서 같은 사무실 주소를 둔 적이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SPC인 천화동인4호, ‘청담동 건물’ 소유주 아이디에셋, ‘역삼동 토지’ 소유주 NSJ홀딩스는 남욱 변호사라는 몸통을 공유하는 양상이다. 검찰이 대장동 항소심을 포기하면서, 여러 법인들 간 네트워크가 대장동 수익금 ‘엑싯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금을 현금화하는 ‘엑싯 플랜’ 중심에 청담동 건물이 있다”면서 “1심 재판 결과와 검찰 항소 포기가 맞물리면서, 대장동 일당이 각종 재산들에 대한 현금화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바라봤다.
11월 19일 국민의힘은 남욱 변호사 ‘청담동 건물’ 앞에서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범죄수익 환수를 촉구했다. 집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권력을 이용해 민생을 파괴한 범죄”라면서 “민생에 써야 할 78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범죄자들에게 돌려준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마법 같은 사기극의 공범과 주범들이 이 돈을 자기 자산이라 생각하고 현금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국민께 환수돼야 했던 돈이 도둑들이 호의호식하는 데 탕진될 상황”이라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