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세차는 ‘중고차 값’
자동차 디테일 서비스 분야 최고 장인으로 꼽히는 영국의 폴 돌턴이 세차하는 모습. www.miracledetail.co.uk 동영상 캡처
세차하고, 광택을 내고, 왁스 처리를 하는데 127만 원이 든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실지. 머리가 돈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게 하는 고객도 있고, 그 세계에서 최고로 꼽히는 장인도 있다. 영국에 폴 돌턴(Paul Dalton)이라는 장인 이야기다.
돌턴은 BBC 텔레비전 자동차 프로그램 <톱기어>로 유명한 잉글랜드 남부 서리 주 던스폴드라는 마을에서 미러클 디테일(Miracle Detail)이라는 자동차 디테일링 서비스 업체(www.miracledetail.co.uk)를 운영한다. 디테일 서비스(Auto detailing)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최고급 차량 안팎의 세차, 광택 내기, 왁스 처리를 하는 작업을 말한다.
돌턴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장인으로 꼽힌다. 차량 페인트 보호 기술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의 작업장에는 최고의 설비가 갖춰져 있다. 7000와트의 조명시설이 있다. 차량 페인트 면의 아주 작은 상처도 찾아낸다. 자동차 디테일링 서비스를 하는 동안 차량의 온도를 최적 상태인 섭씨 28도에 맞추는 설비도 갖췄다. 그래서 디테일링 서비스는 비싸다. 93만 원부터 127만 원까지 다양하다. 최고급 과정을 보자. 바퀴 휠 연마와 6단계의 페인트 보정 작업을 거친다. 페인트가 칠해진 바퀴와 유리에 3층 코팅을 한다. 실내는 스팀으로 청소하고, 모든 박테리아와 세균 박멸작업을 한다. 엔진룸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닦고, 디테일 작업을 한다. 모두 23개 공정을 거치며 시간은 2~4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차량을 깨끗이 유지할 수 있다. 이번에는 또 다른 신세계로 들어가 보자. 스스로 세차하고, 광택을 내며, 왁스 처리를 하는 3단계의 세계다.
우선 세차다. 세차는 자동차의 차체 노후화와 부식을 막아준다. 염분이 많은 해안가나, 겨울철 염화칼슘을 많이 뿌린 도로, 진흙이나 먼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자주 세차를 하는 게 차량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자동세차장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차체 표면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세차장은 때를 물에 불릴 시간이 없으므로 강력한 세제를 쓴다. 일부 세제는 차 표면의 광택 층을 상하게 한다. 광택이 사라지게 되고 페인트 면까지 상할 수 있다. 브러시도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미세한 흠집을 남긴다. 헝겊 브러시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의 브러시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집 주변에 있는 셀프 세차장을 이용하면 좋다.
셀프 세차장도 그늘막이 잘 설치되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햇볕 밑에서 세차를 하면 차체에 떨어진 물방울이 렌즈 작용을 해서 표면의 색깔을 바꿀 수 있다. 가장 먼저 차량의 먼지나 오물을 물로 조심스럽게 씻어낸다. 전용세제를 뿌려서 씻는 것도 방법이다. 세차 빈도도 중요하다. 세제를 이용한 세차는 1개월에 한 번만 하고, 중간에는 물 세차를 하면 좋다.
차를 오랫동안 운행해 세차를 해도 차가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면 광택작업을 고려해야 한다. 자동세차, 비, 눈, 나무수액, 새똥, 모래, 먼지 때문에 차량 표면에 미세한 흠집이 많이 난다. 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하는 탓에 윤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흠집이 많은 차를 초보자가 바로 잡는 일은 쉽지 않다. 자가 정비 베테랑도 실패했다면서 투덜투덜한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전문광택 업체에 맡기는 게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흠집이 많지 않고 손톱으로 긁어봐서 걸리는 느낌이 나지 않는 정도의 작은 흠집이면, 차량 부속품 가게에서 콤파운드와 패드를 구입해 작업하면 된다. 부드러운 천이나 패드에 콤파운드를 묻혀 흠집이 난 방향과 직각, 혹은 원형으로 문지른다. 콤파운드 작업도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으니 차량이 손상되지 않도록 더 꼼꼼히 하려면 인터넷에 들어가 파워블로거 등 전문가의 작업 방식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왁스 작업은 2~3개월에 한 번 하면 좋다. 광택을 오랫동안 유지해준다. 겨울에 눈이나 성에가 내렸을 때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흠집이 날 수 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왁스작업을 해두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장성재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