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먹방·엽기 분장…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은 수위가 꽤 높은 편이다. 특히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여자 아나운서들이 집중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논란’ 또한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니혼TV의 인기 프로그램인 <슈퍼자키>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열탕에 들어가는 코너가 있었다. 천막 안에서 남자는 60초, 여자는 30초 안에 수영복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천막은 자동으로 걷히게 되며, 만약 시간 내 옷을 갈아입지 못하면 가슴과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한다.
문제는 당시 보조 사회자였던 오가미 이즈미 아나운서(43)가 탈의를 강요당하면서 일어났다. 그녀는 방송에서 완강하게 거부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프로그램에서 하차명령을 받게 된다. 방송 후 ‘명백한 성희롱’이라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지만, 일각에서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 후지TV의 심야방송 <주군의 페로몬>은 AV 여배우들의 다리 사이를 물대포로 맞히는 코너로 화제를 모았었다. 심야로는 이례적인 시청률인 7%대를 기록했으나 일본 네티즌들은 “역사에 남을 추잡한 코너”라고 혹평했다. 당시 공동 사회자였던 야기 아키코 아나운서(47)는 도중 사임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프로그램의 저질스러운 탓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때론 아찔한 노출도 불사해야 한다.
최근에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더욱 노골적으로 여자 아나운서들을 ‘상품화’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TBS에서 방송되는 정보 프로그램 <선데이재팬>은 다나카 미나미 아나운서(26)가 입 안 가득 소시지를 먹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길게 연출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니혼TV는 한술 더 떠 글래머 아나운서 미우라 아사미(26)에게 훌라후프를 돌리게 하고 장시간 가슴을 클로즈업해 시청자게시판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TBS는 아예 여자 아나운서들만 나오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여자 아나운서의 벌칙>을 방영해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인기가 없는 TBS 여자 아나운서들을 멋진 아나운서로 이끈다는 기획으로 최하위의 성적을 거둔 여자 아나운서에게는 엄청난 벌칙이 집행된다. 예를 들어 미역을 수북하게 뒤집어쓰고 바닷가 모래사장을 기어 다니게 한다거나 엽기적인 분장으로 출근하게 하는 것 등이다.
지난 3월에는 후지TV의 간판 아나운서 다카하시 마사(31)가 사직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주간포스트>에 따르면 설 연휴 특집방송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스꽝스런 개구리 옷을 입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 방송사의 무리한 요구에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것. <주간포스트>는 “방송사는 직원인 여자 아나운서들이 어차피 불만을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의 이익을 위해 그녀들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