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면 일단 꿔주고 못갚으면 성유린…‘악질’
채무자는 돈을 갚지 못하면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사채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빚 때문이 아니라 빚 독촉 때문에 죽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영화 <여의도>의 한 장면.
불법 추심에는 갖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협박형’ ‘3자 고지형’ ‘인신 모욕 및 폭행형’ 등이 대표적이다. 협박과 폭행에는 조폭의 개입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경찰에 붙잡힌 부산 일대 조폭 일당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월 부산 서면통합파 조폭 11명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유흥주점에 쳐들어가 종업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죽이겠다”고 협박해 업주 A 씨에게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사채 빚을 받아냈다. 사채업자의 사주를 받은 서면통합파는 빚을 받아내면 금액의 3분의 1가량을 수수료로 받았다. 조폭이 추심 해결사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이 조폭이 개입하는 경우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사채업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회수해야 할 금액이 ‘억대’가 넘어가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조폭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것. 떠들썩하게 회수하면 단속이 신경 쓰일뿐더러, 웬만한 채무자들은 사채업자가 ‘조폭 흉내’만 내도 벌벌 떨기 때문이다. 일부 사채업자는 차 트렁크에 삽이나 곡괭이, 야구방망이 등을 넣고 다니며 채무자에게 은근히 보여주는 등 위협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법 사채 피해자 구제 전문가인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채업에 조폭이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사채업을 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겉으로 평범하게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고이자 일수놀이를 하거나, 심지어 판사나 검사 같은 고위 공무원의 배우자들도 사채업을 하며 악성추심을 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건설업을 하던 A 씨 역시 ‘평범한 사람’에 의해 악성 추심을 접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건설업 경기침체로 자금 사정이 어렵게 되자 A 씨는 고심이 깊어졌다.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던 찰나에 단골로 드나들던 식당 주인인 B 씨에게 자신의 고민을 하나둘 털어 놓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B 씨가 “곗돈 타둔 게 있는데 어려우면 한번 써보겠느냐”며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면도 있고 믿음도 있던 터라 A 씨는 “고맙다”며 승낙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사채의 늪에 빠지는 시발점이 됐다. 식당 주인인 B 씨의 정식 직업은 ‘불법 사채업자’였던 것이다.
이후 돈을 빌려 쓴 A 씨에게 B 씨는 “최근 사정이 안 좋아져서 정해진 기일보다 돈을 빨리 줬으면 좋겠다”며 독촉을 하기 시작한다. 돈을 갚을 상황이 아니었던 A 씨가 B 씨에게 “미안하다. 좀 기다려주면 안 되겠느냐”며 사정하자 B 씨는 “다른 업자를 소개시켜 줄 테니 그 쪽에서 빌려서 갚으라”며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A 씨가 돈을 갚지 못할 때마다 B 씨는 다른 업체 3~4곳을 더 소개시켜 줬다. 애초에 1000만 원의 돈을 빌린 A 씨는 2년 반 만에 1억여 원에 달하는 이자를 사채업자에게 물게 됐다. 무리한 돌려막기의 결과였다.
불법사채 계약서.
불법 추심의 핵심은 끊임없는 괴롭힘이다. ‘폭탄 연락’을 이용한 압박은 불법 추심에 기본 단계로 꼽힌다. 자영업을 하기 위해 일수를 끌어 쓴 C 씨는 자금 사정이 안 좋아 속칭 ‘꺾기’라고 하는 사채를 받게 된다. 꺾기란 이자를 갚기 위해 돈을 빌린 사채업자로부터 재 대출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끝없이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C 씨는 결국 사채업자로부터 끊임없는 시달림을 받게 된다. C 씨는 “3분에 한 번, 5분에 한 번씩 사채업자로부터 계속 연락이 오기 시작하는데 다른 사람과 통화는커녕 대화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심지어 사무실로 찾아와서 마치 사람을 죽일 듯이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C 씨는 이어 “주변에 사채업자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사채업자가 담뱃불로 온 몸을 지져서 화상을 입었다는 주변 피해자 얘기도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사채업자의 추심 방법에는 협박이나 폭행 같은 직접적인 유형도 있지만 ‘지능형’도 존재한다. 추후에 불법 추심에 대한 단속이나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사채업자 한 아무개 씨는 “채무자 집에 들어가기 전 우유 세 잔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이후 집에 들어가서 방 한 가운데 똥을 싸고 가는 경우도 있다. 우유를 미리 마시는 이유는 나중에 소송이 들어와도 ‘배탈이 나서 그렇다’고 이유를 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돈을 빌려주는 직원은 무조건 험상궂은 인상의 직원 앞에 세워야 나중에 회수할 때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채무자의 현관문 앞에 “이 사람이 얼마를 빌렸는데 갚지 않는다”는 내용의 벽보를 붙여 동네방네 소문을 내거나,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무급으로 일을 시키며 추심을 하는 경우, 심지어 사채업자가 직접 저승사자 복장을 입고 회사 앞으로 찾아가 “돈을 갚으라”고 망신을 주는 황당한 추심도 있다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악랄한 추심은 여성 채무자를 향한 ‘성폭행’ 및 ‘성매매’가 손꼽힌다. 이를 노리는 불법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는 “예쁘면 일단 무조건 대출해준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 지난 4월 충남 천안에서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부녀자 3명이 사채업자의 사무실에서 차례로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채업자는 연이율 1020%에 달하는 이자를 받으면서도 성폭행을 당한 채무자에게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을 일삼았다.
지난 2012년에는 21세의 여대생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300만 원을 빌린 후 이를 갚지 못하자 강남 소재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됐는데, 이 사실을 안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실상 현재는 전 국민이 사채에 노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사채에 한번 빠지게 되면 돌려막기로 가는 것은 기본 수순이기에 불법 사채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추심’은 피라미드 구조
은행→신용정보사→사채업자 ‘부실채권’ 헐값 매매
“결국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다.”
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추심의 구조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피라미드의 맨 윗부분이 대형 은행 및 카드사라면 그 아래는 신용정보회사, 그 아래는 등록 대부업체가 있고, 밑바닥에는 추심 전문 업체나 미등록 사채업자, 추심 해결사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피라미드의 어느 경계에 서느냐에 따라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아슬아슬하게 좌우되기도 하고, 흔히 떠올리는 협박이나 폭행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극명히 드러나는 것은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추심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피라미드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출 업체 간 ‘부실채권’의 거래를 빼놓을 수 없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에서 회수가 안 되는 부실채권을 그 아래 금융권인 신용정보회사에 헐값에 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씨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회수가 안 되는 채권은 보통 10%~20% 정도의 가격으로 신용정보회사에 팔게 된다. 신용정보회사 쪽에서는 싼 값으로 사들인 채권을 하나만 회수해도 엄청난 이윤을 내니 좀 더 강도 높은 추심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100만 원짜리 채권을 20만 원에 사서 회수에 성공하면 80만 원의 이윤을 보는 셈이다. 하지만 신용정보회사에서도 추심이 안 되는 채권은 더욱 더 헐값에 불법 추심 전문 업체나 미등록 사채업자에게 넘겨지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불법 추심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 추심을 알고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신용 등급이 안 돼 대출을 못 받는 이들이 미등록 사채업자나 일수 등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채 같은 고이자 단기자금은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리더라도 감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도 사채를 쓰는 것보다 오히려 부도를 맞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은행→신용정보사→사채업자 ‘부실채권’ 헐값 매매
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추심의 구조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피라미드의 맨 윗부분이 대형 은행 및 카드사라면 그 아래는 신용정보회사, 그 아래는 등록 대부업체가 있고, 밑바닥에는 추심 전문 업체나 미등록 사채업자, 추심 해결사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피라미드의 어느 경계에 서느냐에 따라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아슬아슬하게 좌우되기도 하고, 흔히 떠올리는 협박이나 폭행이 등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극명히 드러나는 것은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추심의 강도는 점점 강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피라미드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무엇보다 대출 업체 간 ‘부실채권’의 거래를 빼놓을 수 없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등록 대부업체에서 회수가 안 되는 부실채권을 그 아래 금융권인 신용정보회사에 헐값에 넘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씨는 “등록 대부업체에서 회수가 안 되는 채권은 보통 10%~20% 정도의 가격으로 신용정보회사에 팔게 된다. 신용정보회사 쪽에서는 싼 값으로 사들인 채권을 하나만 회수해도 엄청난 이윤을 내니 좀 더 강도 높은 추심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100만 원짜리 채권을 20만 원에 사서 회수에 성공하면 80만 원의 이윤을 보는 셈이다. 하지만 신용정보회사에서도 추심이 안 되는 채권은 더욱 더 헐값에 불법 추심 전문 업체나 미등록 사채업자에게 넘겨지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불법 추심이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 추심을 알고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는 경우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신용 등급이 안 돼 대출을 못 받는 이들이 미등록 사채업자나 일수 등에 몰리게 되는 것이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채 같은 고이자 단기자금은 중산층 이상의 소득을 올리더라도 감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도 사채를 쓰는 것보다 오히려 부도를 맞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불법추심 판별 방법
반복적 전화·자택 방문은 ‘불법’
현행 대부업법은 갖가지 불법 추심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사채에 시달리다 보면 채무자로서는 불법 추심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어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우선 사채업자가 협박을 하는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통화내역을 녹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박을 당했다는 증거가 필요한 것.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자택방문을 하는 경우에도 불법 추심에 해당한다. 자택방문을 하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이용해 동영상 및 사진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사채업자가 회사로 찾아오는 경우에는 방문 자체를 불법 추심으로 간주할 수는 없으나 추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은 불법 추심에 해당한다. 이밖에 혼인이나 장례 등 특정한 날에 방문해 채권 추심 의사를 알리는 것도 불법이다.
채무자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변제를 요구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도 ‘대위변제’라는 불법추심에 해당한다. 이밖에 오랜 기간이 지난 채무에 대해 갑자기 사채업자가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기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살펴봐야 한다. 상법상 5년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등에 대해서는 추심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불법 사채나 추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당국에 신고를 할 수가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나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법률구조공단에 피해 사례를 신고하거나 구제를 신청할 수가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이나 민생연대의 경우 사채 피해자를 위한 법률 자문과 소송까지 도와주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채에 빠졌다면 개인적인 고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어 있으니 즉각 찾아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반복적 전화·자택 방문은 ‘불법’
영화 <피에타>의 한 장면.
우선 사채업자가 협박을 하는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통화내역을 녹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박을 당했다는 증거가 필요한 것. 정당한 사유 없이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을 반복적으로 하거나 자택방문을 하는 경우에도 불법 추심에 해당한다. 자택방문을 하는 경우에는 휴대폰을 이용해 동영상 및 사진 자료 등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 사채업자가 회사로 찾아오는 경우에는 방문 자체를 불법 추심으로 간주할 수는 없으나 추심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제3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은 불법 추심에 해당한다. 이밖에 혼인이나 장례 등 특정한 날에 방문해 채권 추심 의사를 알리는 것도 불법이다.
채무자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변제를 요구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도 ‘대위변제’라는 불법추심에 해당한다. 이밖에 오랜 기간이 지난 채무에 대해 갑자기 사채업자가 변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기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살펴봐야 한다. 상법상 5년이 경과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등에 대해서는 추심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불법 사채나 추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당국에 신고를 할 수가 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나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법률구조공단에 피해 사례를 신고하거나 구제를 신청할 수가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실이나 민생연대의 경우 사채 피해자를 위한 법률 자문과 소송까지 도와주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사채에 빠졌다면 개인적인 고립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어 있으니 즉각 찾아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