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를 졸업해 사법·입법·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했다. 말 그대로 수재다. 그렇지만 그는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고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핵심 증거가 사라졌다. 마치 영화에서나 벌어질 것 같은 등장인물과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진 것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달 30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건물 1층 화장실에서 옆칸에서 소변을 보던 19세 여성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약 30초가량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오 씨가 촬영한 화장실 동영상이 지워져 버렸다. 이번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사라진 것이다. 현재 경찰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연결돼 있는 상황에선 인터넷에서도 해당 동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지 확인 중이다. 이미 경찰 조사과정에서 여러 명의 경찰이 해당 동영상을 본 터라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부실 수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해당 동영상을 다운받아 놓지도 않았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조차 없다.
게다가 피의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결정적 증거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라진 데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는 경찰대를 졸업해 사법·입법·행정고시를 졸업한 뒤 현재는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근무 종인 5급 공무원이다. 여하간 경찰의 분발이 절실한 대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