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매장, 불 꺼진 사무실… 다 어디 갔소?
우여곡절 끝에 3년 전 문 연 가든파이브. NC백화점과 이마트를 제외한 청계천 상인들의 매장은 상권이 완전히 죽은 상태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청계천 주변 상가 철거에 들어갔다. 당시 상인들은 현금 보상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송파구의 대형 물류단지 가든파이브로의 이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가든파이브 이주를 위해 연 공청회에서 서울시는 그들에게 우선적으로 23㎡(7평)를 7000만 원에 분양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단지에 입주시켜 주겠다는 제안에 청계천 상인들은 권리금도 보전 받지 못한 채 이주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청계천을 나왔다.
그러나 2007년 분양이 시작되자 투기 현상을 보이며 분양가가 1억 5000만 원에서 2억 1000만 원까지 뛰었다. 상인들은 입점을 엄두도 못 내는 가격이었다. 입주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머지는 결국 분양이 아닌 임대계약으로 이주를 했다. 무리는 됐지만 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이 가든파이브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굳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높은 분양가와 저조한 분양률로 4차례나 개장이 연기됐다. 결국 미분양된 공간에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백화점을 입점시키면서 분양률을 높여 시공에 들어간 지 7년 만인 지난 2010년 6월에야 간신히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NC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상권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가든파이브의 상인비대위원장 유산화 씨는 “서울시가 처음부터 청계천 상인들에게 분양을 시켜주겠다고 시늉만 했던 것이다. 대기업에만 특혜를 줘 가든파이브를 넘겨줄 생각뿐이었다. 특히 미분양을 구실로 대기업을 분양에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영세민인 청계천 상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상당히 아쉽다”고 한탄했다.
인적 없는 라이프동의 테크노관(위)과 불까지 꺼진 툴동의 사무실들.
테크노관 8층에서 전기제품업체를 운영하는 최 아무개 씨(49)는 19년 넘게 청계천에서 장사를 하다 가든파이브로 이주한 지는 3년이 됐다고 했다. 그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거의 되지 않는다. 통로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사람이 없으니 소매업은 실종됐다고 보면 된다. 청계천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거래하던 도매업이 전부다”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비오는 날씨에 평일이어서 손님이 적은 것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사장은 “평일이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이라며 “주말엔 사람이 더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장사는 안 되고 임대료는 비싸니, 처음 입주했던 사람들의 60%는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갔다. 빈 상점이 생기니 그곳에 전기제품업체가 아닌 사무실이 들어서고, 그러다보니 업종별로 구분이 안 돼 찾는 손님은 더 줄어든다. 악순환의 연속이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자제품과 기계 관련 업종을 다뤄야 하는 테크노관에는 부동산이나 식료품 도매업, 세무법인, 레저개발 등 전자제품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종들의 사무실이 무작위로 들어서 있었다. 높은 층에 비해 분양가가 훨씬 비싼 2~4층은 아예 들어오는 업체도 없고 부스마저 철거돼 폐허를 연상케 했다. 테크노관 2층 가전제품 코너는 4300㎡ 중 입점해 있는 업체가 4곳뿐이었다.
2005년 10월 1일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가든파이브 입점 상인들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에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든파이브 툴(Tool)동도 사정은 매한가지였다. 전기공구 전문업체가 입주하기로 돼 있는 1층에서 4층까지는 대부분의 매장이 비어 있었다. 장사가 안 돼 상권 활성화를 위해 들어선 5층 가구전문매장 역시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가구 매장을 시작한 지 2년이 됐다는 한 아무개 씨는 어쩔 수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빈 점포가 많아서 손님들이 이곳에 가구전문매장이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하루에 지나다니는 손님을 손에 꼽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결국 가든파이브가 생겨나고 돈을 버는 곳은 대기업의 NC백화점과 이마트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든파이브 툴동에서 내비게이션 유통업을 하고 있는 임 아무개 씨는 “주말이 되면 지하에 이마트 손님들로 북적인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 손님들이 다른 상점으로 올라오진 않으니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테크노관에서 카메라전문점을 하고 있던 한 상인은 “돈 벌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갈 데가 없으니까 지쳐서 남아있는 거다. 여기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속은 거다”라고 하소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웍스동 제조업체들 하소연
공장 대신 사무실 빽빽…주객전도
청계천에서 기계부품을 가공하고 선반작업을 하던 제조업체의 상인들은 가든파이브의 공장시설이 들어선 웍스(Works)동에 입주해있었다. 툴(Tool)동에서 기계용품점을 하던 한 사장은 “웍스동은 어느 정도 상권이 활성화가 돼 안정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웍스동은 라이프(Life)동이나 툴동과는 다르게 모든 상가가 다 입주해있어 빈 상가를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웍스동은 청계천에서 이주한 상인들의 성공적인 입주 사례를 보여주고 있었을까. 현재 웍스동 620개 상가 중에 과거 청계천 상인들의 업체는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천에서 10년 넘게 기계부품 가공업체를 운영하다 가든파이브로 온 지 4년이 돼 간다는 대표 이 아무개 씨는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든파이브를 계획할 때는 웍스동의 상가 620곳은 모두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막상 건물이 완공되자, 처음 약속했던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결국 청계천 상인들은 다들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최초에 들어온 청계 상가의 업체는 23곳이었다. 현재 3곳은 철수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지 않은 나머지 빈 공간을 다른 기업들이 일반분양을 통해 들어왔다. 그는 “원래 웍스동은 기계가공·제조업체만 입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업자 등록을 할 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업종에 ‘제조’라는 말만 한 글자 집어넣으면 웍스동에 입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업체가 제조 공장이 아닌 사무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원래 제조업체를 위한 건물로 계획됐지만 웍스동에선 최근 제조공장들이 사무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소음과 먼지 발생으로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계가공업체의 김 아무개 씨는 “기계를 깎고 선반작업을 하다보면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또한 완제품이나 재료들을 복도로 싣고 나르다보면 복도가 조금 더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 사무업체들이 건물관리사무실로 민원을 제기한다. 우리가 시끄러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공장 대신 사무실 빽빽…주객전도
청계천에서 기계부품을 가공하고 선반작업을 하던 제조업체의 상인들은 가든파이브의 공장시설이 들어선 웍스(Works)동에 입주해있었다. 툴(Tool)동에서 기계용품점을 하던 한 사장은 “웍스동은 어느 정도 상권이 활성화가 돼 안정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실제로 웍스동은 라이프(Life)동이나 툴동과는 다르게 모든 상가가 다 입주해있어 빈 상가를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웍스동은 청계천에서 이주한 상인들의 성공적인 입주 사례를 보여주고 있었을까. 현재 웍스동 620개 상가 중에 과거 청계천 상인들의 업체는 20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천에서 10년 넘게 기계부품 가공업체를 운영하다 가든파이브로 온 지 4년이 돼 간다는 대표 이 아무개 씨는 “지난 2003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가든파이브를 계획할 때는 웍스동의 상가 620곳은 모두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막상 건물이 완공되자, 처음 약속했던 분양가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결국 청계천 상인들은 다들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 최초에 들어온 청계 상가의 업체는 23곳이었다. 현재 3곳은 철수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지 않은 나머지 빈 공간을 다른 기업들이 일반분양을 통해 들어왔다. 그는 “원래 웍스동은 기계가공·제조업체만 입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업자 등록을 할 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업종에 ‘제조’라는 말만 한 글자 집어넣으면 웍스동에 입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업체가 제조 공장이 아닌 사무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원래 제조업체를 위한 건물로 계획됐지만 웍스동에선 최근 제조공장들이 사무업체들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소음과 먼지 발생으로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계가공업체의 김 아무개 씨는 “기계를 깎고 선반작업을 하다보면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 또한 완제품이나 재료들을 복도로 싣고 나르다보면 복도가 조금 더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 사무업체들이 건물관리사무실로 민원을 제기한다. 우리가 시끄러운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고 토로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서울풍물시장 현주소
이리저리 떠돌다보니 계약 만료
지난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인근의 일부 상가들은 서울 중구의 동대문운동장 근처로 옮겨가야 했다. 나름 정착하기 시작한 2008년 그해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대문운동장 개발계획으로 다시 터전을 떠나야 했고, 그렇게 자리 잡은 곳이 지금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서울풍물시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쫓기듯 옮겨온 서울풍물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가든파이브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중고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이곳에 시장을 처음 열었을 때는 특성화 시장이라는 반짝 홍보효과 때문에 손님이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하루에 물건 하나 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날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청계천 근처 벼룩시장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다시 이곳 신설동으로 이리저리 쫓겨서 옮겨다니다보니 예전 단골들도 우리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정된 철골 구조물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점포를 입주시키다보니 가게 내부는 좁아 손님들이 제대로 구경할 틈도 없다. 물건들도 진열을 해놨다기보다는 둘 곳이 없어 쌓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환하게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워 음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울풍물시장을 오늘 처음 찾았다는 손 아무개 씨도 “어디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도 물건이 쌓여있어 어디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다. 그냥 한두 번 구경 올 수는 있겠지만 다시 찾아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인들은 지난 2008년 서울시와 맺은 5년 계약이 지난 4월에 끝이 났다. 재계약을 할 수는 있지만 885개 점포 중 300여 곳의 점포가 월 8만 원의 임차료를 내지 못해 가게를 비워 줘야 할 상황이었다. 상점 주인들은 “도시 재개발의 열풍 속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도 지겹다. 이제는 또 어디로 가야하느냐”라고 하소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이리저리 떠돌다보니 계약 만료
지난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인근의 일부 상가들은 서울 중구의 동대문운동장 근처로 옮겨가야 했다. 나름 정착하기 시작한 2008년 그해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대문운동장 개발계획으로 다시 터전을 떠나야 했고, 그렇게 자리 잡은 곳이 지금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서울풍물시장이다. 우여곡절 끝에 쫓기듯 옮겨온 서울풍물시장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가든파이브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중고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이곳에 시장을 처음 열었을 때는 특성화 시장이라는 반짝 홍보효과 때문에 손님이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하루에 물건 하나 팔지 못하고 문을 닫는 날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청계천 근처 벼룩시장에서 동대문운동장으로, 다시 이곳 신설동으로 이리저리 쫓겨서 옮겨다니다보니 예전 단골들도 우리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정된 철골 구조물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점포를 입주시키다보니 가게 내부는 좁아 손님들이 제대로 구경할 틈도 없다. 물건들도 진열을 해놨다기보다는 둘 곳이 없어 쌓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낮에도 환하게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워 음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서울풍물시장을 오늘 처음 찾았다는 손 아무개 씨도 “어디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가게 안에서도 물건이 쌓여있어 어디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다. 그냥 한두 번 구경 올 수는 있겠지만 다시 찾아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인들은 지난 2008년 서울시와 맺은 5년 계약이 지난 4월에 끝이 났다. 재계약을 할 수는 있지만 885개 점포 중 300여 곳의 점포가 월 8만 원의 임차료를 내지 못해 가게를 비워 줘야 할 상황이었다. 상점 주인들은 “도시 재개발의 열풍 속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도 지겹다. 이제는 또 어디로 가야하느냐”라고 하소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