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깜~찍한’ 애플의 선전포고
▲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2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애플의 차세대 개인용 IT 기기인 ‘아이패드’를 선보이고 있다. AP/연합 | ||
아이패드는 노트북과 전자책 단말기, MP3의 기능을 한데 합한 기기라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태블릿PC 아이패드를 공개하는 발표회장에서 “아이패드는 웹 브라우징은 물론 동영상 및 음악 감상, 전자책 리더 등으로 활용하는 데 최적의 기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이폰이 무선 인터넷 기능을 겸비한 휴대폰이라면 아이패드는 무선 인터넷 기능을 덧붙인 전자책 단말기라 할 수 있다. 즉 3G 망을 통한 무선 인터넷을 사용, 웹 서핑은 물론 전자책 열람부터 결제까지 동시에 가능한 것이다. 배터리 역시 최대 10시간까지 동영상 재생이 가능해 제품의 휴대성도 우수하다. 가격은 16GB에 499달러(약 57만 원)정도다.
아이패드의 국내 파급력은 어느 정도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패드와의 경쟁은 고사하고 이를 따라잡을 국내 기술력 확보를 더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또한 시장 자체도 아직은 활성화돼 있지 않아 당장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전자책 단말기로는 삼성전자의 파피루스와 아이리버스토리가 있지만 e-book 보유량이 적어 콘텐츠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서점의 한 관계자는 “e-book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보니 신간이 발행돼도 e-book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전자책 단말기에 공급할 e-book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공급 역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판권계약을 할 때 출판업계와 저작권자가 불법 다운로드를 우려해 오프라인 판매만 약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오히려 아이패드 국내 출시를 호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전자책 시장 자체가 변화를 가져올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내려받기 할 수 있는 아이패드의 편의성이 돌풍을 일으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그에 따라 콘텐츠 공급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
실제로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에 대비해 콘텐츠 제휴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도 있다. 국내 최대 e-book을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최근 삼성전자, KT 등과 콘텐츠 제휴 협정을 맺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꼭 아이패드의 등장에 대비한 것이라 할 순 없지만 전자책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돼 판매 활로를 넓히려 제휴를 맺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 서점 YES24 관계자 역시 “여태까지 e-book에 대한 준비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최근 들어 판권제휴를 맺자는 업계의 요청이 많아졌다”며 “기존에 관계된 출판사들과 중앙일보, 영풍문고, 리브로와 연합해 콘텐츠 연맹을 맺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업계에선 아이패드 출시에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아이패드의 국내 판권을 누가 차지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애플사 측은 국내 판권의 향방에 대해선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며 협상조건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력한 예비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협상에 나설 준비는 하고 있지만 단순한 판매대행이라면 자신들이 맡을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아이폰 도입과정을 예로 들며 “애플이 콘텐츠 판매 방식을 아이튠즈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처럼 자신들이 콘텐츠 창구를 독점하고 단순히 아이패드를 판매만 하는 조건이라면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폰의 경우 KT가 판권을 가지고 있지만 AS, 가격, 요금제 측정에 있어서는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상태다. LG텔레콤은 3G 공급방식이 달라 아이패드에 인터넷 기능을 제공할 수 없는 탓에 판권 경쟁에 뛰어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이패드가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AS가 관건이 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아이폰이 AS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처럼 아이패드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인 것.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는 KT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AS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제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미국으로 보내게 되는데 아이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가 민감해 수리비로만 약 80만 원을 쓰게 된다”고 말한다.
수리비가 너무 비싸 다른 고장 등 문제가 생기면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 현재 아이폰은 6만 5000원 요금제를 2년 사용 조건으로 구입하면 13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16GB 기준). 13만 원이란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까닭은 24개월 동안 KT가 보조금을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 사용을 2년 안에 중단할 경우 보조금 지급은 취소된다. 따라서 가입자는 애초의 기계값 80만 원 중에서 가입시 낸 13만 원을 제한 67만 원을 남은 약정 기간 동안 전부 갚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흔치는 않겠지만 아이폰이 고장 나면 과도한 수리비 때문에 사용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이 아이패드의 경우에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럴 경우 아이패드의 ‘기술적인 혁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