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천재 CEO ‘007 잠수차’ 실현 시동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서 수륙양용 본드카로 등장하는 로터스 에스프리. 실제 영화 촬영 땐 모두 6대의 육상·수중용 모델이 각각 투입됐다.
머스크가 007 잠수정을 사들인 것은 어릴 적 향수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프리카 태생인 그는 소년시절 007 영화에 등장한 획기적인 수륙양용 자동차를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나중에 커서야 본드카가 실제로는 ‘변신’하지 않는 것을 알았지만, 어릴 적 동경했던 꿈의 자동차를 실현시키기 위해 차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괴짜 CEO의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머스크의 ‘잠수함 자동차’ 계획이 머잖아 현실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의 회사들이 보유한 과학기술과 그가 지닌 도전정신, 그리고 천재성 때문이다.
머스크는 일단 테슬라의 기술력을 총동원해 잠수정을 자동차로 개조할 것이라고 한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 S에 사용되는 일렉트릭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일부분에는 우주항공 기술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 엑스’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가 세 번의 실패를 딛고 끝내 민간 로켓을 위성궤도에 쏘아 올리는 데 성공, 나사(NASA)로부터 거액의 로켓 발사 계약을 따낸 일화도 유명하다.
그런가 하면 머스크는 발상의 천재이기도 하다. 테슬라 전기차의 고민 중 하나는 오래 걸리는 배터리 충전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충전시간을 단축할까’ 하는 고민을 그는 발상의 전환으로 풀어냈다. 충전 대신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로 교체해주자는 생각이었다. 90초 안에 배터리를 바꿔 끼워주는 ‘배터리 스와프’ 서비스 덕에 테슬라 전기차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
물론 본드카를 잠수함 전기차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난제가 적지 않다. 습식 잠수정이기에 방수설계부터 다시 해야 하고 바퀴와 엔진 무게를 감안하면 압축공기탱크와 물탱크 등 업그레이드해야 할 설비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개조가 아니라 완전 리모델링을 해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과연 머스크가 앞으로 내놓을 잠수함 전기차는 어떤 모습일까. 그가 또 어떤 기발한 발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