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금은 조금 시들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기아차 K시리즈는 지난 몇 년 간 열풍이라고 할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2009년 K7에 이어 K5가 출시되면서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차 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였다. K시리즈는 현재 K3-K5-K7-K9으로 이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K시리즈가 홀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K시리즈에서 알파벳 ‘K’는 기아(KIA), 한국(Korea), 강력함(그리스어 Kratos)을 의미한다. 이 같은 작명법을 가리켜 ‘알파뉴메릭’이라 한다. 문자와 숫자를 결합해 만든 새로운 언어체계로 영어권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아우디의 A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알파뉴메릭 방식을 처음 시도한 사례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시리즈로서 SM은 Samsung Motors의 약자, 3-5-7은 차급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3-5-7-9일까. 이에 대해 한국인들이 홀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할 때 부조금을 홀수로 챙기는 습관을 보면 잘 알 수 있다는 것.
중고차사이트 카즈 관계자는 “K시리즈를 홀수로 선보이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홀수 선호도에 따른 게 아닐까 싶다”며 “실제로 K5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옵티마라는 차명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국인은 짝수를 좋아한다. 기아차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소형차를 K2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홀수가 우리 정서에 맞는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