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도 안티에이징하세요~
정자가 노화되는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 이렇게 두 가지 유형의 남자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에서 확인됐다. 일본 도쿄의과대학 비뇨기과 오카다 히로시 주임교수는 남성 77명의 정액을 검사한 결과, “일부 남성들은 35세 이후 난자를 활성화시키는 힘이 떨어졌으며, 특히 불임으로 고민하는 남성에게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오카다 교수는 이처럼 난자를 활성화시키는 힘, 즉 남성의 수태능력을 ‘정자력(精子力)’이라고 칭했다.
사실 ‘남성도 나이가 들면 임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는 이전에도 발표된 바 있다. 한 예로 유럽의 학회지에는 782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 나이와 임신확률’을 조사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논문에 따르면, 아내의 연령이 27~34세일 경우 ‘동갑인 부부’와 ‘남편이 다섯 살 연상인 부부’의 임신율을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 아내의 나이가 35~39세가 되면, 남편이 5세 연상인 부부의 임신율은 급격히 떨어진다. 다시 말해 40세가 넘은 남성은 아내를 임신시키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표 참고).
또한 고령인 남성은 ‘남자 아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인간의 성(性)은 X, Y염색체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지니며, 남성은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하나를 갖는다. 성염색체가 모두 X인 난자에 X염색체 정자가 만나면 여성(XX)이, Y염색체 정자가 결합하면 남성(XY)이 태어나는 것이다.
결국 성별은 남성의 정자에 따라 판가름이 나는데, 흥미로운 건 정액 중 X정자와 Y정자의 비율이 1대 1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개 X정자보다 Y정자가 5% 정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신생아 중에는 남자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난다. 하지만, 남성이 50대 중반이 되면 정액 중 X정자와 Y정자의 수가 비슷해진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점점 Y정자 수가 줄어든다. 오카다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고령의 아버지인 경우 여자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2013년 미국의 산부인과 저널에도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 게재됐다. 남성 5081명의 정액을 조사한 결과 정자 수는 35세부터 매년 1.71% 감소되는 반면, 정자 기형률은 41세부터 매년 0.8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6세부터는 Y정자 수가 줄어든다고 보고돼 있다. 요컨대 진심으로 아이를 원한다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임신 가능성’의 시한을 의식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오카다 교수는 “정자력은 남성에게는 젊음의 척도라 할 수 있으며, 정자력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남성의 진정한 안티에이징”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정자의 노화를 막는 몇 가지 생활 수칙을 제안했다.
먼저 ‘남자다움’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규칙적인 생활과 건강한 식단 유지다. 수면부족과 고지방식품 섭취는 정자 수를 줄어들게 한다. 참고로 고지방 식사를 하는 남성의 정자 수는 저지방 식사를 하는 남성에 비해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또 산화에 의해서도 유전자가 노화되기 쉬우므로 비타민C, 비타민E, 코엔자임Q10 등 항산화성분이 많은 음식이나 보조제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도 정자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얼마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되도록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로 화를 내지 않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오카다 교수는 “남의 실수를 질책하기 전에 장점을 찾아 칭찬하거나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한다면 자신도 상대방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붉은색을 이용해도 정자력 유지에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가령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붉은 계열의 옷을 입으면 혈중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다. 실제로 빨간 스포츠카로 바꾼 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4배까지 올라간 남성의 사례도 있다. 또 축구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붉은색 유니폼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남성호르몬이 더 분비돼 공격 성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오카다 교수는 ‘남성’을 약하게 하는 것들로 △흡연 △지나친 금욕 △꽉 끼는 속옷 △사우나, 장시간 목욕 △노트북 및 휴대폰 사용 △자전거 타기 △발모제 등을 꼽으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덧붙여 그는 “정자력을 높이는 생활 수칙을 지키면 오랫동안 ‘남자다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7가지 수칙 1. 금연할 것 2. 지나친 금욕은 좋지 않다 3. 꽉 끼는 속옷이나 바지는 입지 말 것 4. 잦은 사우나, 장시간 목욕은 삼가는 게 좋다 5. 무릎 위에서 노트북이나 휴대폰 사용할 때 주의할 것 6. 자전거 타기 등으로 사타구니를 자극하지 말 것 7. 발모제 사용 시 조심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