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접근 통로 도메인 팔이… 대동강 물 파는 격
국제 신종 다단계 업체 ‘썬라이즈’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썬라이즈는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사업가 A 씨는 올 초 지인과 함께 한 가지 특별한 사업 아이템을 제안 받았다. ‘썬라이즈(zhunrize)’라 불리는 미국계 온라인 쇼핑몰 분양 사업이었다. 애초 해외 공동구매 사업에 관심을 두던 A 씨는 주변의 권유에 결국 이에 가입했다.
‘썬라이즈’의 사업 방식은 정상적인 온라인 쇼핑몰 분양 사업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일반적인 경우, 한 개인에게 별도의 ‘숍 스페이스’를 제공한 것과 달리 썬라이즈는 계좌당 330만 원을 받고 ‘도메인’을 지급했다. 지급된 도메인을 통해 썬라이즈 본부가 운영하는 ‘썬시티’라는 종합 쇼핑몰에 접근할 수 있다. 쇼핑몰 한 곳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도메인)’를 가입자에 돈을 받고 판매한 것. 가입자는 자신의 도메인을 통해 들어온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면 일정한 수당을 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A 씨는 가입 이후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일요신문>에 자신의 피해사례를 넌지시 털어놨다.
“미국 본부에서 운영한다는 쇼핑몰은 기대 이하였다. 실제 상품의 퀄리티(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상당수 상품은 재고도 없었다. 비즈니스를 할 수도 없는 수준인 데다 제2의 마진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이에 도메인을 반납하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미국 공정위에 불법 행위에 대해 신고를 하겠다고 했고, 본부에선 겨우겨우 수표를 보낸다 하더라. 지금 환불을 약속했지만,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실제로 환불을 해줄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현재 A 씨가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온라인 다단계 업체 썬라이즈는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과에서 불법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썬라이즈를 포함해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17개 온라인 다단계 업체를 경찰에 수사의뢰함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은 해당 업체들을 전국 경찰에 배당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썬라이즈는 울산지방경찰청이 맡게 됐다. 공정거래위 특수거래과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썬라이즈는 겉으로는 쇼핑몰 분양을 통한 전자상거래 영업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도메인을 다단계로 판매하는 영업을 하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체는 기본적으로 법에 따라 시·도 단위로 등록을 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을 공제조합이나 은행을 통해 가입해야 한다. 소비자피해 발생 시 보상 의무가 있다. 하지만 썬라이즈는 이러한 최소한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고 있다.”
썬라이즈는 과연 어떤 회사일까. 지난해 5월경 미국 애틀랜타에서 설립됐다는 이 업체는 중국계 미국인 J 씨가 CEO(최고경영자)로 공식화돼 있다. 국내 한 유통전문지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약 50만 달러의 자산으로 설립됐으며 미국 현지에선 다단계업 등록업체가 아닌 단순 전자상거래로 등록됐다.
한국에 상륙한 시기는 지난해 말경이다. 도메인만 구입한다면 쇼핑몰 판매를 통해 매주 혹은 매월 단위로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영업 방식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도메인을 팔아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사업의 요점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까웠다. 이 모든 영업 소개는 상위 가입자 혹은 기획자들의 강연, 혹은 미국 현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강의로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이를 한국에서 기획한 사람은 재미교포로 추정되는 P 씨다. P 씨는 앞서의 영업 방식을 통해 폭발적으로 피라미드를 형성했다. 현재 국내 가입자 수는 3만~4만 명으로 추정된다. 가입자 중에선 많게는 10개의 도메인을 구입한 이들도 있기에 실제 투자 규모는 최소한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썬라이즈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지방경찰청 수사과 서성우 경위는 “지금 하루에도 10명 이상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대부분 환불과 관련한 문의”라며 “아마도 이에 투자한 국내 가입자가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 사업 법인은 있다지만, 과연 수익구조는 앞서 설명처럼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의문이 시작된다. 썬라이즈가 판매하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도메인, 즉 무형의 자산이다. 본부에서 운영하는 한 곳의 쇼핑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판매하는 것이고, 해당 통로를 통해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하면 일종의 ‘통행세’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하나의 쇼핑몰에 접근할 수 있는 도메인은 무한대로 판매할 수 있다. 쇼핑몰은 하나지만 가입자가 늘면 늘수록 접근할 수 있는 도메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본부 입장에선 결국 통로 하나를 터주고 큰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돈을 주고 쇼핑몰을 접근할 수 있는 통로 하나를 가입자가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도메인을 스스로 광고해야 하고 똑같은 쇼핑몰 공간을 두고 어마어마한 숫자의 가입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쉽게 가입자 개인에게 수익금이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이 논리라면 결국 본인이 남들에게 도메인을 직접 팔고 다녀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는 곧 영업을 통해 도메인이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나 피라미드 구조만 높아질 뿐이다.
다단계 피해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한 전문가는 “썬라이즈는 다른 다단계 업체처럼 쇼핑몰을 통해 유형의 상품을 파는 업체가 아니다.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다단계는 확장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썬라이즈는 이 경우와 다르다. 실제로는 무한정으로 팔 수 있는 도메인을 상품으로 파는 업체”라며 “이는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꼴이다. 계속 확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다단계 원리는 똑같다. 아주 간단하다. 투자금을 통해 피라미드로 구성된 가입자들에게 초기엔 소정의 배당금을 돌려준다”라며 “하지만 확보된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것이 한계에 다다르면 결국 기획자들이 접고 나를 것이다. 썬라이즈 역시 그 과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썬라이즈 CEO
하지만 이를 실제 현금화했다는 사례는 일부 홍보성 게시글과 일부 상위 판매자의 증언 외에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론 수천억 원대로 형성된 투자금 대부분이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앞서 A 씨가 언급한 바와 같이 기본적으로 썬라이즈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국내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상품을 구입한 판매원은 3개월 내 이유에 관계없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현재 썬라이즈는 국내법상 이미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또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공정위가 수사의뢰 후 일부 가입자들이 불안을 호소하자 상위 기획자들이 내놓은 해명이다. 이들은 가입자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됨에 따라 미국에 본부를 둔 썬라이즈는 처벌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지만, 공정위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의 공정위 관계자는 “FTA와 전혀 상관없다. 썬라이즈의 소재지가 분명했다면 공정위가 직접 조사하겠지만 그조차 없다보니 도주 우려 때문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수사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투자 규모를 고려해 가해자 추적과 혐의 입증을 반드시 하겠다는 각오다. 서성우 경위는 “대부분 다단계 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곧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이번 썬라이즈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신변보호를 위해 환불요청 방법만 문의할 뿐 수사에는 비협조적”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일부 가입자들로부터 다수의 진술서를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 경위는 “결국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 같은 다단계에 빠지게 된다”며 “만약 다단계 피해를 봤고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면 주저 없이 송사를 진행하거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그것만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수사를 하면서도 무척 안타까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재 경찰 수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썬라이즈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 확산 중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가입자 상당수는 공정위와 경찰 일선 수사 자체가 ‘경쟁업체들의 모함’ 혹은 ‘국제법에 대한 무지’쯤으로 여기고 있다. 현재 가입자들 사이에서 지목되고 있는 일부 상위 기획자들은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천문학적 투자 규모가 확인된 이상 국제적인 수사 협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온라인 외국 불법 다단계’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수당이 어마어마하면… # 대부분 미등록 업체다. 다단계 업체들은 방문판매법 13조 1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불법 업체들은 이를 무시한다. 불법행위 감시를 피하고 실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은 ‘점조직’ 형태의 영업을 꾀한다. # 비상식적인 후원수당 지급을 약속한다. 방문판매법상 등록업체들은 매출액의 35%를 초과하는 후원수당 지급을 약속하여 가입을 권할 수 없다. 불법 업체들 상당수는 후원수당, 커미션, 보상수당 등을 명목으로 적게는 80%에서 많게는 150%의 수당을 제시한다. 이는 상식적으로 사업의 지속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 보상이 어렵다. 이러한 불법업체들 대부분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보험계약 혹은 공제조합 계약을 무시한다. 외국 업체들의 경우 현지 법원의 재판을 진행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이 때문에 불법업체들에게 보상을 받거나 구제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