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주가·공시위반 등 기준 강화…일각 부작용 우려 속 금융당국 “코스닥 투명화 될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부터 7월 9일까지 주식병합 결정을 내린 곳은 252곳(정정고시 포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주식병합을 결정한 곳이 11곳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190.9% 급증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코스닥에 상장된 부실기업 퇴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내놨다. 상장을 유지하려면 강화된 시가총액, 주가(동전주 상장폐지),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 등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코스닥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동전주 상장폐지다. 금융당국의 동전주 상장폐지 항목에 따르면 주가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일 경우 시장 퇴출 대상이 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인 경우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일 경우 시장에서 퇴출된다.
위기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는 주식병합으로 대응했다. 지난 9일까지 주식병합 공시를 낸 곳 가운데 주식 병합을 통해 1000원 위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누보, 아즈텍WB, 윙스풋, 세림B&G, 샤페론 등 9곳이다.
금융당국은 시총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도입 시기도 앞당겼다. 정부는 코스닥 상장폐지 시총 기준을 지난해 1월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내년 1월에는 200억 원으로 한번 더 상향조정한 뒤 2028년 1월 300억 원까지 높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정부는 7월부터 시총 기준을 200억 원으로 높인 후 내년 1월 3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일시적 주가 띄우기로 시총 기준을 회피할 수 없도록 장치도 마련했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을 하회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 된다.
주식병합으로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렵다. 주식병합으로 주가는 높일 수 있지만 시총에는 변화를 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에는 1820개의 종목이 상장돼 있다. 7월부터 퇴출 기준이 되는 시총 200억 원 미만의 종목은 232곳이다. 내년 1월 도입되는 300억 미만의 종목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해당하는 종목은 436곳으로 늘어난다.
이들 기업은 일단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시총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다. 시총 130억 원 규모의 이렘은 지난 4월 11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시총 191억 원으로 7월부터 적용되는 기준에 9억 원 정도 미달하는 케이지에이는 약 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시총 160억 원 수준인 이노진 관계자는 “3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노진은 약 33억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향후 회사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공시 등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총 167억 규모인 엔비티 관계자도 “전략적 투자자의 유상증자를 통해 시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회사 및 임직원 자사주 매입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합병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시총 145억 원 규모 휴맥스홀딩스와 257억 원 규모 휴맥스는 6월 30일 합병을 결정했다. 시총 181억 원 수준인 엔피도 이지웍스튜디오와 지난 4월 9일 합병하기로 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합병·유상증자·주식병합 등을 통해 리스크 해소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시총 100억 원 미만의 코스닥 상장사가 상당수다. 이런 곳들은 주가 부양을 위한 선택지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 퇴출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보인다. 시장 퇴출 대상이 되는 기업 관계자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가 부양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스닥 상장폐지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상장폐지된 회사들은 당장 부도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조달 비용이 증가한다. 투자자들은 환금성이 크게 떨어져 지분 유동화에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정부의 코스닥 상장폐지 정책에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유예기간을 둬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면서 “기업에 호재가 예상된다든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회사들에 유연하게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부실 코스닥 상장사의 퇴출 수순이 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시장에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부실 코스닥) 상장사들이 권익만 찾고 실제 시장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그 과정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부실기업 퇴출을 통해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이 건전화되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식병합을 통해 동전주에서 벗어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시총 기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코스닥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