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역 급등 뒤늦은 제동, 외곽·기흥은 일괄 규제 부담 호소…전월세난·풍선효과 불씨도 남아

국토교통부는 7월 1일부터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7월 5일부터는 해당 지역에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도 적용됐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대출 한도가 줄고 세금·청약·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따라붙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 주택을 사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거래가 제한된다. 전세를 낀 매수가 사실상 막히는 이유다.
7월 10일 방문한 동탄역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규제 지정 시점이 늦었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 동탄역 린스트라우스아파트 인근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정헌 공인중개사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던 6월 첫째 주까지는 거래가 많이 돌았지만 둘째 주부터 이미 거래가 거의 멈췄다”며 “지난해 말과 비교해 호가가 4억~5억 원 이상 올라 매수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탄역 인근에서 33평 기준 거래될 만한 가격은 18억 원대도 버거운 금액이었는데 롯데캐슬 등에서는 20억 원, 22억 원대 거래가 나오면서 기준점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진짜 집값을 잡으려 했다면 훨씬 전에 할 수 있었는데 규제 타이밍이 늦었다”며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는 시점이 다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지금 와서 묶는 게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흐름을 보면 동탄구 상승률은 4월 첫째 주 0.2%에서 5월 이후 커졌고 6월 셋째 주에는 2.22%까지 뛰었다”며 “주간 통계가 현장 상황보다 1~2주 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 초 규제지역으로 지정했어야 급등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확인이 빨랐다면 과열 신호를 더 일찍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탄역에서 시작된 매수세는 규제지역 발표 전 외곽 일부로 번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동탄2신도시 남부 왕배산 인근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구도희 공인중개사는 “규제지역 발표 전 한 달 사이에 1억 원가량 오른 곳도 있었고 직전에는 매수 문의와 거래가 활발했다”며 “33평 기준 8억 5000만 원까지 거래가 됐고 호가는 9억 원, 9억 5000만 원까지도 나왔다”고 말했다. 동탄역 인근 30평대 거래가 20억 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가격대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단지로 매수세가 옮겨붙은 셈이다.
그러나 규제로 한꺼번에 묶기에는 외곽에서도 매수세가 번진 곳은 일부 단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순 공인중개사는 “동탄역과 대로변 라인만 많이 올랐지 외곽 쪽은 대부분 잠잠하다. 특히 임대아파트에서 분양 전환이 덜 된 단지들은 거래가 거의 없다. 분양률이 낮아 KB 시세가 없고 대출이 잘 나오지 않는 단지들은 규제 전에도 움직임이 적었다”며 “동탄역 인근과 주변만 시끄러운 것인데 외곽까지 같이 묶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이후 매도자와 매수자는 모두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헌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는 가격이 떨어질까 기다리고, 매도자는 규제 때문에 잠깐 멈춘 상황이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다. 7월 세제개편을 기다리며 관망하는 흐름”이라며 “토허제 지정 이후 무주택자로 수요층이 제한되면서 일부 가격을 낮춘 매물을 등장하지만 드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구도희 공인중개사 역시 “규제 발표 이후에는 거래가 멈췄지만 집주인들이 호가를 크게 낮추는 분위기는 아니다. 꼭 팔아야 하는 일부 매물만 조금 낮춰 거래를 보려는 정도”라고 했다.
#영통·오산·평택으로 수요 번질 수도…역풍선효과 가능성도
규제 직전까지는 동탄뿐 아니라 인접 지역의 상승세도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화성 동탄구와 수원 영통구는 7월 초에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가격도 수원 영통구와 화성 동탄구가 경기 주요 지역 중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규제지역 지정 이후 거래가 줄더라도 동탄·기흥에서 막힌 수요가 수원 영통구, 오산시, 평택시, 용인 처인구 등 주변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꺼번에 묶이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지면 살 곳을 찾던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면서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며 “강남과 한강벨트를 제어하겠다고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전월세 물량이 줄었고, 경기도로 밀려나느니 그냥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서울 외곽지역 집값이 오른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수요 이동 방향도 한쪽으로만 흐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예전 풍선효과가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가운데를 누르면 양쪽이 튀어나오는 모습에 가깝다”며 “자금이 부족한 수요는 전세를 끼고 살 수 있는 오산시나 평택시 같은 비규제 지역을 볼 수 있고, 실거주 중심의 자금력 있는 수요는 같은 규제를 받는다면 더 상급지로 가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도 “실거주 의무가 붙으면서 전월세난은 더 심해질 수 있고 인근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화성시 병점구, 오산시, 수원시 권선구, 용인시 처인구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면 광교, 분당, 판교나 서울 한강벨트로 진입하려는 역풍선효과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2020~2021년처럼 강한 풍선효과가 재현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이 수요 확산 속도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7월 10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구입자금 대출에도 같은 한도가 적용된다. 신한은행도 7월 8일부터 말일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를 강화한 가운데 은행 창구에서 실제 빌릴 수 있는 금액과 접수 경로가 줄어들면 비규제 지역으로 옮겨가는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연구원은 “풍선효과가 2020~2021년과 같은 강도와 속도로 나타나려면 그만한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은 은행권이 대출 총량 관리를 강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취득세 중과 등 세제 규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채를 사는 다주택자 갭투자가 유행하던 시절도 아니고 법인 투자도 종부세 중과 등으로 실익이 크지 않다”며 “정부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