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확률 ‘제로’ “이젠 외롭지 않아!”
러브돌을 소재로 한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한 장면.
마르쿠센의 <남자와 인형(<Men&Doll)> 시리즈 사진집에 담긴 러브돌 주인들과 러브돌들은 모두 사랑에 푹 빠진 연인, 혹은 부부처럼 보인다. 오래전부터 러브돌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들에게 러브돌은 이미 가족 그 이상이다. 어떤 이에게 러브돌은 유일한 친구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소중한 아내이며, 또 드물긴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사별 혹은 이혼한 아내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러브돌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양하다. 마르쿠센은 “모두들 다른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아내와 자녀까지 두고 있는 유부남도 있었고, 이혼한 지 10년이 지난 돌싱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러브돌을 곁에 두는 가장 큰 공통된 이유는 바로 ‘외로움’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마르쿠센은 “러브돌은 이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를테면 러브돌은 집에 오면 늘 같은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러브돌이 영원히 이들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브돌 마니아들이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인 ‘러브돌포럼닷컴(Lovedollforum.com)’의 회원이기도 한 이들은 이곳에 모여 마음을 터놓고 러브돌에 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다. 서로의 러브돌 사진을 공유하면서 자랑을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며, 때때로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만남을 갖기도 한다. 새 인형이나 중고 인형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장터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러브돌의 주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러브돌포럼’의 회원인 필은 자신의 러브돌인 ‘제시카’를 위해서 1년 전 담배를 끊었다. 그만큼 ‘제시카’의 존재는 그에게 가족 그 이상이다. 친구들도 모두 ‘제시카’의 존재를 알지만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제시카’가 인형이라는 것도, 그리고 진짜 사람이 아니란 것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상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그는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아내를 잃은 디어맨과 ‘에리카’. 오른쪽은 유부남 샘의 비밀 연인 ‘폴라’
아내가 멀쩡히 한집에 살고 있는 데도 러브돌을 보유하고 있는 남자도 있다. 러브돌 ‘폴라’를 마치 ‘비밀 연인’처럼 대하고 있는 샘은 아내의 허락을 받고 은밀하게 ‘폴라’를 보살피고 있다. 단, 자녀들은 ‘폴라’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절대 ‘폴라’를 집안으로 들이는 일은 없다.
‘섀도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남성은 러브돌 ‘칼리’를 포함해 총 4개의 러브돌을 보유하고 있다. 러브돌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외로운 싱글남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는 애인도 있고, 성인이 된 두 딸도 있는 평범한 남자다. 그가 가장 아끼는 ‘칼리’는 ‘테디 베이브’ 타입이다. ‘테디 베이브’는 벨벳처럼 보드라운 피부를 자랑하며, 안았을 때 감촉이 매우 좋은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 타입보다 부드럽고 가볍기 때문에 보통 껴안거나 함께 잠을 자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테디 베이브’ 모델의 몸무게는 평균 5㎏ 정도이며, 트렁크에 넣어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년 전 이혼했던 카른은 그 후 8년 동안 여자를 사귀었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러브돌을 알게 됐으며, 그 후 러브돌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그가 처음 러브돌을 구입했던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그 후 러브돌을 여러 개 구입했지만 아직도 진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는 꿈은 버리지 않고 있다. 그에게 러브돌은 그저 인형일 뿐이다. 인형이 진짜 여자를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86년 아내와 이혼한 후 커다란 상처를 받았던 크리스 자코에게 러브돌은 외로움과 상처를 달래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다. 현재 그는 ‘랄라 살라마’와 함께 생활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밤이면 ‘랄라 살라마’를 꼭 껴안고 잠들고 있는 그는 “이혼 때 받은 상처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현재 그는 또 다른 러브돌인 ‘샤론’도 보유하고 있다.
‘디어맨’ 역시 아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러브돌의 세계에 빠졌다.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충격을 받았던 그는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 새로운 여자들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아내와 닮은 러브돌을 주문 제작했던 그는 러브돌에게 ‘에리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필과 그가 가족 이상으로 여기는 ‘제시카’. 오른쪽은 러브돌 수집가 에버라드와 ‘파이나’.
러브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러브돌의 존재를 숨긴 채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바론 폰 돌’은 자신의 러브돌 ‘타냐’를 사랑하지만 절대 ‘타냐’를 눈에 띄는 곳에 두지 않는다. 행여 손님이 집에 찾아올 때를 대비해서 늘 은밀한 장소에 숨겨두곤 한다.
‘네스치오50’도 비슷한 경우다. 한 번도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없는 모태솔로인 그는 부모님에게만 러브돌의 존재에 대해 털어놓았을 뿐 주변 사람들에게는 러브돌의 존재에 대해 일절 비밀에 붙이고 있다. “러브돌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하는 그는 ‘릴리’와 ‘사샤’ 등 두 개의 러브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그의 옷장에는 러브돌의 옷들이 함께 걸려 있다.
남자만 러브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러브돌과 사랑에 빠진 여자들도 있다. 안젤라에게 올해 처음 구입한 러브돌 ‘안나’는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이다. 현재 안젤라는 교체용 얼굴 두 개를 보유하고 있다.
회원수 4만 명을 자랑하는 ‘러브돌포럼닷컴’에 따르면 러브돌 마니아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대개는 섹스 토이용으로 구입하지만 이 가운데 10% 정도는 마르쿠센이 촬영한 사람들처럼 진짜 연인이나 아내로 삼기 위해서 구입하기도 한다. 또는 예술 혹은 사진 모델로 사용하기 위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러브돌에 빠져 지내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 연구가인 세라 벨베르데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러브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특별히 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러브돌을 구입하는 행위는 확실히 일반 기준에 비하면 일탈적인 성행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러브돌에 온통 정신이 팔린 정도만 아니라면 장애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러브돌의 종류 실리콘돌 머리엔 인모가 ‘한올한올’ 러브돌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선 가장 저렴한 모델인 공기 주입식 인형의 가격은 75달러(약 8만 원) 이하다. 보통 비닐로 만들며 사람 형태를 하고 있을 뿐 실제 사람과는 많이 다르게 생겼다. 공기를 채우는 풍선 형태이기 때문에 몇 번 사용하다가 금세 솔기가 터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 성관계를 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며, 보통 선물용으로 장난삼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는 일반 마네킨처럼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단단하고, 헤어스타일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눈은 플라스틱과 유리로 만들며, 가슴과 엉덩이 부분에 물을 채워 넣을 수 있는 모델도 있다. 고가형 모델은 대개 실리콘으로 만들어진다. 가격은 1200달러(약 120만 원) 이상 나가며, 얼굴 생김새나 신체 구조가 사람과 가장 흡사하기 때문에 실제 사람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머리카락은 사람의 머리카락과 가장 비슷한 가모를 사용하거나 혹은 진짜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용하는 것도 있다. 실리콘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관절 부위가 부드럽게 꺾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여러 가지 체위가 가능하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사진 모델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단, PVC 또는 금속 뼈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비닐이나 라텍스 인형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점은 단점이다. 보통 무게가 34~52㎏ 정도 나가기 때문에 인형을 이리저리 옮기는 데는 힘이 들게 마련. 때문에 인형을 잘못 들었다간 허리라도 삐끗하기 십상이다. 또한 고가형 러브돌은 망가지기 쉽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떨어뜨리거나 뾰족한 곳에 부딪치면 PVC나 금속 뼈대가 실리콘 피부를 뚫고 나올 수 있다. 또한 입술 주위는 특히 쉽게 금이 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흥분을 배가시키기 위한 액세서리(질, 항문, 입, 페니스 등)를 별도 구입할 수 있으며, 액세서리에 진동 기능을 추가하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주문 제작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신소재를 사용한 첨단형 모델도 등장했다. ‘사이보르가스매트릭스(CybOrgasMatrix)’사의 제품은 탄성젤을 이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탄력, 내구성, 형상 기억 능력 등이 실리콘 제품들보다 뛰어나다. 또한 인형 내부에 열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실제 사람의 체온처럼 따뜻하게 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밖에 사람의 형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인형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가령 일본에서는 사람 크기의 쿠션에 포르노 배우나 동물 캐릭터를 프린트한 러브쿠션(다키마쿠라)이 인기다. 또한 동물(양, 소) 모양을 본뜬 공기 주입식 러브돌이 있는가 하면, 비만 체형의 러브돌이나 동성애자 러브돌, 노인 러브돌, 에일리언 러브돌도 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