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지난해 말 직장을 잃은 정씨는 생활비로 쓰기 위해 A대부 등 유명 대부업체 두 곳에서 1400만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월세마저 밀린 정씨가 집을 비워주어야할 상황에 처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대부업체들의 채권추심 독촉행위가 갑자기 심해졌다. 채권 추심원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오고 집까지 들이닥치는 바람에 중학생 딸은 무서워서 귀가를 꺼릴 지경이었다. 정씨는 8월말 채무자대리인제를 이용하면 과도한 채권 추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를 찾아와 센터 소속 변호사를 채무자대리인으로 지정했으며 이후 채권 추심의 공포에서 벗어나 현재 워크아웃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대리인 선임 시 채무자에 대한 연락 금지)가 지난 7월1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위기가정 채무자 대리인제’를 운영해 왔다. 현재까지 대부업체의 과도한 채권 추심으로 고통 받던 저소득층 13명(대부업체 33곳에서 대출)이 센터 소속 변호사를 채무자 대리인으로 지정해 센터로부터 법률상담 및 대리인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채권 추심자가 ‘대부업자, 대부중개업자, 대부업의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사실상 대부업을 영위하는 자, 여신금융기관 및 이들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거나 재양도 받은 자’ 등으로 정해져 있어 대부업체를 제외한 카드사나 벤처캐피털· 저축은행 등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의 채권 추심 행위는 법률 적용을 받지 않았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서민들의 대출기관 이용 실태를 살펴볼 때 가계부채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 중 대부업체 이용자는 일부에 불과하고 카드사나 벤처캐피털· 저축은행 등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이 훨씬 많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대부업체 등의 채권 추심으로 한정돼 있는 법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이 기타 금융기관의 채권 추심에 대해서도 채무자대리인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9일 밝혔다.
센터는 지난 7월말부터 11월말까지 센터의 ‘위기가정 채무자 대리인제’를 이용한 저소득층 13명(대부업체 33곳 이용) 중 연락 가능한 11명(대부업체 27곳 이용)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이용자들의 74%가 “복합적 추심 행위 때문에 고통을 당했다”고 응답해 대부업체들이 집요하고 압박적인 채권 추심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용자들은 채무자대리인을 지정한 이후 대부업체의 직접 추심이 거의 중단되고 이용자의 91%가 “채무자대리인제 이용에 무척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이용자의 91%가 “채무자대리인제를 신용정보회사, 카드사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지난 4개월의 성과를 분석하고 이용자 면접 조사를 통해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개정 등 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앞으로 공청회, 토론회 등을 개최해 채무자대리인제의 적용범위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채무자대리인제를 운영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많이 늘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채무자대리인제도 및 각종 복지관련 법률지원을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은 센터(통일로 135번지 충정빌딩 8층)를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http://swlc.welfare.seoul.kr) 또는 전화(1644-0120)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
온라인 기사 ( 2024.11.23 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