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처럼 구깃구깃 이래도 안전하다고?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최근 북미시장용 미니밴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에서 대부분의 차량이 낙제점을 받았다. 사진은 닛산 퀘스트 충돌테스트 장면. IIHS 웹사이트 캡처.
이를 위해 만들어진 새 테스트는 25% 오프셋 테스트다. 기존의 경우 차량 앞부분의 40%만 빗겨 충돌하는 40% 오프셋 테스트였다. 그런데 지난 201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25% 오프셋 테스트는 차량의 25%만 빗겨 충돌시켜 엔진룸의 사이드 새시로만 지지해야 한다. 더군다나 충돌 속도는 40마일(약 64km/h)로 똑같다.
지난 11월. IIHS는 북미시장용 7~8인승 미니밴 4종에 대한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미니밴은 주로 가족을 태우기 위해 구매하는 차량이다. 그런데 그런 차의 안전도가 취약하다면 어떨까. 국산 대표 미니밴인 기아 올 뉴 카니발(북미 수출명 세도나)은 어떤 수준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IIHS 같은 곳은 메이커에게 따로 차량을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제 판매되는 차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IIHS는 미니밴이 구조적으로 전봇대나 나무와 같은 기둥 형태와의 충돌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대개 승용 패밀리카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면서 공간 확보를 위해 폭을 넓히다 보니 메인 스트럭처보다 바디가 더 넓어 취약지대가 많고, 무게도 무거워지다보니 스몰오버랩 충돌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결과를 보면 만족스러운 충돌안전 대응 능력을 보인 차종은 단 두 종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두 차종도 최근 연식에서부터 뒤늦게 보강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가장 결과가 나빴던 차는 닛산 퀘스트다(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시판되지 않는다). 이 차는 미니밴 세그먼트에서뿐만 아니라 IIHS가 테스트해본 차 중 최악으로 손꼽을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스트럭처는 종이로 만든 차처럼 구겨졌으며, 인테리어 하단이 59㎝나 밀려들어가며 더미(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쓰이는 인형)의 하반신을 완전히 짓이겨버렸다. 심지어 더미를 꺼내기 위해 시트를 통째로 절단하고 쇠 지렛대를 써야 했을 정도였다. 실제 사람이 타고 있었으면 빠른 구조가 어려워 하반신 마비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닛산 퀘스트는 딱히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한 설계 강화가 없었기에 위 2011년부터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차량이 위와 같은 결과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미니밴인 크라이슬러 타운&컨트리 또한 스몰오버랩 충돌에서 심각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풋파킹 브레이크 페달이 36㎝ 밀리며 더미의 왼다리 하단을 짓이겨놓았으며, 인스트루먼트 패널 아래에 있던 철제 지지대도 왼쪽 무릎을 찔렀다. 스티어링 칼럼이 오른쪽으로 쏠리며 더미의 머리는 에어백으로부터의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고 대시보드와 충돌하였고, 도어 실 또한 승객석 방향으로 밀려들어갔다. 위 결과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타운&컨트리와 형제차 닷지 그랜드 캐러밴, 그리고 1년 전 단종된 또 다른 형제차 폴크스바겐 라우탄(09~12)에도 모두 해당한다.
토요타 시에나는 2015년형부터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대응해 전방 구조 설계를 강화했다. 그 노력에도 상단 힌지 필러가 13~14㎝ 밀려들어 탑승자 공간구조 보호 평가는 M(불충분한)에 그쳤다. 하지만 안전벨트의 결속력, 에어백의 보호면적, 상해 위험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으며 종합 평가는 A(참을 만한), 그리고 오토브레이크 탑재로 인해 추가점수를 얻어 Top Safety Pick +를 받아냈다. 다만 오토브레이크 저속, 고속 제동실험에서 완전 제동은 해내지 못했다.
혼다 오딧세이
혼다 오딧세이는 위 차종들보다 더 일찍이 평가됐는데, A(참을 만한)를 받은 탑승자 공간구조 보호 평가 외에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Good을 받았고, 특기할 만한 위험요소를 지적받지 않아 종합 평가 Good, 전방충돌경고 시스템 탑재 추가점수로 Top Safety Pick + 를 받았다.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의 충격적 결과는 자동차 회사들을 긴장시켰다. 닛산은 퀘스트가 40% 오버랩 테스트, 사이드 임팩트 테스트, 헤드레스트 보호에서 얻은 Good 등급을 강조했고, 크라이슬러그룹은 타운&컨트리가 사이드, 롤오버, 리어, 40% 오버랩 테스트에서 Good 등급을 강조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