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기아로부터 상당한 업무 지시 받았다고 볼 수 없어”…사안에 따라 법원 판단 갈려
지난 11월 8일 서울고등법원 제15민사부는 기아 2차 협력업체 근로자 21명이 기아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도 원고 패소 판단을 내렸다. 이들 근로자는 11월 21일 상고했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완성차 출고 전 사전점검업무(PRS, Pre-Release Service)를 담당한 기아 2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다. 기아가 완성차 출고센터로 완성차를 탁송하면 2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차량의 결함과 내부 지급품 유무 등을 확인한 이후 고객에게 인도했다. 기아가 현대글로비스에 완성차 판매물류 업무를 위탁하면 현대글로비스가 다시 출고지원업무 일부를 다른 업체에 다시 위탁했다. 2001년부터 2차 협력업체가 네 번 바뀌었지만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고용 승계됐다.
이들 근로자는 기아의 지휘와 명령을 토대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면서 2021년에 근로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기아를 상대로 임금 내지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고도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기아)와 이 사건 협력업체는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원청과 재위탁 업체의 관계에 있을 뿐”이라며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와 피고 직원이 수행한 업무는 명확히 구분된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간접적으로 2차 위탁업무 수행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차 협력업체는 소속 직원에게 독립적인 직무 교육을 실시했다. 원고들은 피고가 아닌 2차 협력업체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판시했다.
완성차 생산 과정에서의 불법파견 판단은 사안에 따라 달리 나오고 있다. 법원은 1차 하청업체의 직접 생산공정을 넘어 간접 생산공정에 대해서도 불법 파견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하지만 1차 하청업체인지 2차 하청업체인지에 따라 판단이 갈렸다. 2차 하청업체는 1차 협력업체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았기에 불법 파견으로 보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다만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2차 사내하청 생산관리 공정 노동자 2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파기환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단했다. 이들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서열(부품을 선별해 배열), 불출(부품 운반) 업무를 맡았다. 법원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지위 관계에 있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열·불출 작업은 회사가 설계한 시간당 생산량 등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들의 휴게시간, 연장 및 휴일근무시간 등도 현대차가 정한 시간에 구속됐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