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길승씨 향응파문의 핵심인 이원호씨가 실질적으로 소유 하고 있는 청주 K나이트클럽. 2, 3층에 룸 23개를 갖춘 대규모 업소다. | ||
이로 인해 이 문제는 애초 파문이 불거질 당시와는 사뭇 다르게 자칫 ‘이원호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이번 사건의 발단은 과연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씨는 어떤 사건에 연루돼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로비를 편 것일까. 그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파일을 열어봤다.
이원호씨가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하나는 조세포탈 혐의다. 현재 충북지방경찰청 강력계에서 수사하고 있는 이 사건의 요지는 이씨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청주 K나이트클럽의 매출을 조작해 세금을 포탈했다는 것.
대개 유흥업소의 매출은 주대와 봉사료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술값에 해당하는 주대에 높은 세금이 책정돼 있는 반면 접대부나 웨이터에게 주어지는 봉사료에는 거의 세금이 없다.
업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통상 세무서에서는 주대와 봉사료의 비율을 7 대 3 정도로 잡고 있으며 국세청은 6 대 4까지 허용납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K나이트클럽의 경우 이 비율이 역전돼 봉사료가 전체 매출의 70%까지 육박했다는 것.
수치로 놓고 보면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K나이트클럽이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18일. 경찰은 개업 당시부터 지난 3월 말까지의 매출을 집계해본 결과 매출액은 60억에 달했다. 게다가 현금 매출은 여기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 현금 매출액까지 포함할 경우 K나이트클럽의 6개월 매출액은 무려 1백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출액이 엄청난 만큼 탈세의 규모도 클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경찰은 K나이트클럽의 장부를 압수해 카드사용자들을 가려낸 뒤 이들 가운데 표본을 추출해 직접 봉사료 지불 여부를 묻는 ‘사용자 표본 조사’의 방법으로 이 수치를 산출했다. 물론 손님들 대부분은 자신의 결제 총금액에만 관심이 있을 뿐 봉사료가 얼마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사실에 대해 카드 사용자와 종업원들을 상대로 좀 더 수사를 보강한 뒤 마지막에 이씨를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가 연루돼 있는 두 번째 혐의는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 올초 충북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강력계와 별도로 K나이트클럽 지배인 이아무개씨가 여종업원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화대를 가로챘다는 혐의를 입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5개월간 수사를 펼친 경찰은 지난 6월16일 나이트클럽의 사장 유아무개씨와 지배인 이아무개씨, 마담 등 3명을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겠다고 청주지검에 보고했다.
당시 경찰은 윤락행위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한 여종업원 두 명의 피해자 진술과, 나이트클럽에서 여종업원에게 선불을 주고 차용증을 쓰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관계 입증이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경찰로 돌려보냈다.
이후에도 경찰과 검찰의 ‘핑퐁게임’은 두 차례나 더 반복됐다. 현재 검찰은 ‘자금의 흐름과 관련자들의 역할관계 등을 보강 수사해 8월16일까지 보고하라’며 세 번째 재수사를 지시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이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살인교사. 청주지검은 이씨가 지난 89년 청주 J호텔 오락실 영업권 다툼으로 살해된 조직폭력배 배아무개씨 사건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살자 배씨는 사건 직전 J호텔의 대표였던 이씨에게 오락실 영업권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배씨는 이씨에게 린치를 가했고 얼마 후 배씨가 청주 북문로에서 조직폭력배 2명으로부터 피습당해 숨졌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배씨 살인사건은 특별한 범행 동기가 드러나지 않아 미스터리쯤으로 여겨졌으나 살인혐의로 복역중이던 두 명이 지난 99년 9월 만기출소하자 살인사건의 ‘배후설’이 새롭게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용의점을 찾지 못해 내사를 중단한 상태다.
배씨 피살사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한 경찰도 “당시에도 살인교사혐의로 이씨에 대해 수사했으나 무혐의로 종결됐다”며 “뒤늦게 지금에서야 이런 소문이 나도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이씨 역시 이에 대해 “살인사건 전모는 과거에 다 밝혀졌는데 이제와서 다시 들춰내는 것은 흠집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