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여성만을 골라 성폭행한 뒤 살해한 뒤 살해한 이 사건은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지난 86년 처음 시작된 이 사건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많이 모방범죄로 이어지며 세인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이와 비슷한 사건이 경기 과천 일대에서 또다시 일어나 화성사건의 악몽을 재현시키고 있다. 미용사 보조원인 권철양씨(가명ㆍ33)가 벌인 엽기적 여성 성폭행은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2001년 1월 어느날 시작됐다. 이날 피의자 권씨는 사귀던 여자친구와 말다툼을 한 탓에 기분이 우울했다. 이를 달래기 위해 혼자 소주를 마시고 버스를 탔으나,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권씨가 잠에서 깼을 때 버스는 목적지인 안양에서 한참 지나친 인덕원 인근이었다. 놀란 권씨가 차에서 내린 곳은 인적이 드문 한 통신부대 앞이었다. 마침 그와 함께 여고생 한 명도 버스에서 내렸다.
밤길을 혼자 걸어가는 여학생을 본 권씨의 마음 속에는 야릇한 흥분이 일어났다. 잠시 머뭇거리던 권씨는 바로 여학생을 뒤쫓아가 입을 틀어막고 길가 숲으로 끌고 들어가 성폭행을 한 뒤 달아났다.
이것은 권씨가 저지른 범죄의 서막에 불과했다. 첫 범죄로 자신감을 얻은 권씨는 며칠 뒤부터 아예 늦은밤이 되면 자신이 첫 범행을 저지른 인덕원 정류장 근처를 배회하면서 다음 범행대상자를 물색했다. 피해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람만 다섯 명. 그의 범행대상은 여학생, 주부 등이었다. 그는 피해자들을 위협한 뒤 길옆 숲속에나 논, 옥수수밭, 비닐하우스 등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피해자들을 끌고가 범행을 저질렀다. 물론 이들 범행장소에는 권씨가 미리 갖다둔 노끈, 테이프, 흉기 등 범행장비들이 숨겨져 있었다.
권씨의 범행수법은 더욱 놀랍다. 일단 피해자를 범행장소로 끌고온 권씨는 이들 장비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몸을 꽁꽁 묶어 움직일 수 없게 한 뒤 성인 포르노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하고 엽기적인 체위의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변태적 욕구를 채웠다.
경찰 조사결과 권씨의 변태적 성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속옷 등을 입에 물게 한 뒤 자위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 수사를 담당한 과천경찰서 수사관은 “(권씨는) 성폭행이 끝난 뒤 (피해자들에게) 담배를 권하고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다가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심지어 그는 피해자들에게 비디오카메라까지 들이대며 “경찰에 신고하면 나체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접수해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부터였다. 권씨에게 피해를 당한 한 여고생이 경찰에 제보한 것이 수사에 들어간 계기였다. 이때부터 권씨와 경찰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행예상 지점에 잠복 형사를 배치하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 하지만 권씨는 자신이 경찰의 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교묘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쫓고쫓기는 경찰과 권씨의 추격전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후 8개월 동안 계속됐다.
매번 허탕을 치며 절치부심하던 경찰이 실마리를 잡은 것은 지난 9월1일. 이날 권씨에게 인덕원 인근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고생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또다른 여성이 안양 부근에서 범인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하면서 수사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 권씨의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9월2일 여고생으로부터 뺏은 현금카드로 A은행 안양지점의 무인자동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장면이 이 은행의 CCTV에 찍히면서. 권씨가 문제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결정적인 증거는 손목시계. CCTV에 찍힌 권씨의 손목에는 전날밤 성폭행을 저지른 여고생에게서 뺏은 손목시계가 있었다.
권씨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이 추적 끝에 그를 붙잡은 것은 이틀 뒤인 지난 9월4일 밤 10시였다. 범행 지점에서 이틀째 잠복하고 있던 경찰은 이날도 같은 장소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뒤 귀가하던 권씨를 덮쳐 붙잡았다. 처음에 권씨는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으나 신고 있던 신발에서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목장갑 등 증거물들이 속속 나오면서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권씨가 과천경찰서로 연행된 지 2시간이 흐른 지난 9월4일 밤 12시30분경 경찰서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권씨가 붙잡히기 직전에 성폭행을 당했던 피해 여성이 속옷만을 걸친 채 과천경찰서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위해 온 것. 이 여성은 손에 묶여 있던 끈을 풀어 헤치고 극적으로 탈출해 경찰서로 달려왔다. 이 여성은 권씨가 쇠파이프로 자신을 실신시킨 뒤 자신의 성기에 소형 손전등을 삽입하는가 하면 자위행위 모습을 비디오카메라로 찍는 등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안겨주었다고 치를 떨었다.
특이한 것은 권씨가 카드 빚이 2천2백여만원에 달했음에도 돈에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신용카드 8개로 연체금을 돌려 막으면서도 피해 여성들의 주머니를 노리지 않은 점은 매우 흥미롭다. 피해액은 5백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권씨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경찰은 변태적인 성행위에 대한 권씨의 집착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 경찰측에서 압수한 증거 자료 중 권씨가 애인과의 성행위 장면을 찍은 여러 비디오 테이프는 여자 육체에 대한 ‘욕망’이 상상외로 컸음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한편 구속된 권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찰들의 일상을 다룬 한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보고 범행에 참고했다”며 “그러나 지난 9월1일 이외 범죄에 대해서는 자신이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나선 경찰, 경호처에 막혀 진입 실패
온라인 기사 ( 2024.12.12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