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매한 영화다. <바리새인>은 성을 소재로 하는 영화인 데다 파격 노출의 베드신까지 등장한다. 그런 반면 성욕을 철학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감독의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바리새인이라는 제목부터 남다르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바리새인과 관련된 성경 구절로 시작된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 하나이다” 누가복음 18장 11절이다.
영화가 <바리새인>이라는 제목을 내세우고 관련 성경 구절로 시작되는 이유는 남자 주인공 승기(예학영 분)의 캐릭터 때문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 부모의 성관계를 목격하고 너무나 엄격한 아버지 아래서 자란 승기는 본능적 욕망이 솟구칠 때 마다 자신을 자책하며 절제된 삶을 살아왔다. 마치 바리새인처럼. 영화는 이런 승기가 학교 선배 은지(비키 분)의 도발에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갈증, 그리고 오랜 짝사랑이자 첫사랑인 수정(조민아 분)을 향한 욕망에 강한 자극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쯤 되면 혼동이 온다. 과연 작품성으로 논해야 하는 영화일까, 아니면 베드신을 강조한 야한 영화로 분류해야 할까. 개봉을 즈음한 시점의 홍보 마케팅만 놓고 보면 야한 영화다. ‘날 사랑해줘요 욕망과 설레임 그리고 첫 느낌’이라는 포스터 카피나 ‘아이돌 최초 전라 노출 베드신 도전! 걸그룹 그녀들의 성인식이 시작된다!’는 홍보 카피가 그런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실제로 이 영화에는 걸그룹 멤버이던 비키가 출연해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인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에는 제 34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과 촬영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런 수상 이력을 보면 또 작품성으로 논해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감독판이 나왔다. 감독판이란 극장 개봉 버전과 다른 편집 버전으로 개봉판에서 감독이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해서 새롭게 편집한 버전을 의미한다. 결국 감독판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한 감독의 의중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새로운 평가도 가능해질 수 있다.
영화 <바리새인>은 개봉판과 감독판의 러닝타임이 75분 55초와 79분 28초다. 감독판이 3분 33초 정도 더 길다. 과연 감독이 새롭게 추가한 3분 33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그리고 늘어난 부분은 대부분 베드신이다. 사실 <바리새인>에서 본격적인 베드신은 딱 한 번 등장한다. 그런데 개봉판에선 베드신의 러닝타임은 3분 44초가량이던 데 반해 감독판에선 6분 44초가량로 3분 정도가 늘어났다. 감독판 추가분 3분 33초 가운데 3분 정도가 베드신인 것. 문제의 베드신에 등장하는 비키의 노출 수위도 근소하게 상향됐다.
이런 감독판을 놓고 볼 때 <바리새인>은 결국 베드신을 강조한 야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무삭제’임을 강조하는 <바리새인> 감독판의 홍보 카피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그렇지만 영화를 본 기자의 느낌은 ‘무삭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다소 많이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무삭제 베드신’이라기 보단 ‘늘려놓은 베드신’이 더 적합해 보인다. 새로운 베드신이 추가된 것이 아닌 데다 기존 베드신을 늘려 놓은 것일 뿐인 데다 노출 수위 역시 근소한 차이로 더 높아진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 베드신 / 노출 정보
#기타 베드신
영화는 초반부부터 짧은 베드신이 거듭해서 나온다. 어린 승기가 부모의 베드신을 목격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승기가 본능적 욕망이 솟구칠 때 마다 자신을 자책하며 절제하는 장면에서도 자주 성적 환상의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워낙 짧게 스쳐가는 베드신인 데다 노출 수위도 낮아 베드신으로 따로 언급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문제의 베드신 (6분 44초가량. 스쳐가듯 음모 노출)
영화 <바리새인>에서의 본격적인 베드신은 승기(예학영 분)와 학교 선배 은지(비키 분)가 첫 경험을 갖는 장면이다. 원래 개봉판에선 3분 44초 분량이던 문제의 베드신이 감독판에선 6분 44초로 3분가량 늘어났다.
그렇지만 베드신의 큰 틀은 똑같다. 강렬한 키스로 시작해 애무를 하며 옷을 벗고 전라가 된 승기가 은지를 애무하다 성관계를 갖는 흐름이다. 성관계 장면 역시 애초 정상위로 시작해 서로 마주보고 앉은 형태의 좌위를 거쳐 여성상위로 마무리되는 흐름이 동일하다.
다만 감독판에서는 3분 정도 시간을 더 갖고 천천히, 그리고 디테일하게 베드신이 그려진다. 노출 수위는 비키의 음모가 살짝 드러나는 정도다. 이는 90년대 말 전성기 시절의 에로비디오와 비슷한 수위다.
90년대 말 에로비디오 전성기에도 살짝 음모가 드러나는 장면이 꽤 있었다. 의도적으로 음모를 노출했다기 보단 베드신 과정에서 최대한 음모 노출을 자제하며 촬영했지만 편집 과정에서 모두 걸러내지 못해 살짝 음모 노출 장면이 삽입돼 있었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에로비디오 제작사들의 계산된 편집이었고 이 정도 수준은 심의 과정에서도 용인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렇지만 2011년 초 에로비디오의 이 같은 음모 노출 장면이 문제가 되면서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한국 에로비디오 시장은 사멸되고 말았다.
영화 <바리새인>의 베드신은 이런 90년대 말 에로비디오를 닮아 있다. 사실 개봉판에서도 살짝 비키의 음모가 노출됐다. 다만 멀리서 전신을 잡은 장면에서였던 터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었다. 감독판에선 클로즈업 장면에서도 살짝 비키의 음모가 드러난다. 물론 이번에도 매우 짧게 스쳐지나가는 장면이긴 하다. 요즘 영화에선 어느 정도의 음모 노출은 허용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에로비디오의 심의 기준 당시처럼 문제가 될 여지는 없다. 아무래도 무삭제라는 표현은 비키의 짧게 스쳐가는 음모 노출 장면을 클로즈업해서 잡은 장면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요즘 다른 영화에서 활용되는 과감한 음모 노출 장면과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무삭제’라는 표현은 과장 광고로 보일 뿐이다.
@ 에로 지수 : 30
베드신의 노출 수위와 촬영 기법 등을 놓오 볼 때 과거 90년대 말 전성기 시절의 에로비디오와 많이 닮아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에로 지수는 허용되는 영화다. 다만 전성기 시절의 에로비디오와 달리 베드신이 딱 한 번뿐이라는 점이 아쉽다. 6분 44초나 되는 한 번의 베드신은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정도다. 차라리 2분여의 베드신이 세 번 나오는 게 훨씬 에로지수를 높이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