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경희의료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숨을 쉴 때마다 쌕쌕거림이 심해 편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정상적인 생활리듬이 깨지기 시작했고 몸은 여기저기 이유도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마음의 병의 몸의 병으로 이어진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류드밀라 콜파시니코바 씨의 상태를 낫게 할 방법이 없었다.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2014년 6월. 의료봉사 차 러시아 야쿠츠크를 찾은 경희의료원 조중생 국제진료센터장을 만났다. 그의 사정을 들은 조중생 센터장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한국에서의 무료 수술을 제안했다.
류드밀라 콜파시니코바 씨는 2014년 10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주치의인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은영규 교수는 “환자는 양측 성대마비로 인해 상부기도폐쇄가 생겨 음성변화뿐만 아니라 호흡장애가 심각했다”며 “수술은 입으로 내시경을 삽입한 후 레이저를 이용해 성대 후방부의 피열연골을 일부 절제한 것으로 결과가 매우 좋게 나왔다”고 수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수술은 아주 미세한 성대 절제 정도에 따라 호흡과 음성, 흡인(폐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적정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고난이도의 수술이다.
성공리에 수술을 마치고 러시아로 돌아간 류드밀라 콜파시니코바 씨는 3개월 만에 경희의료원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떠나기 전 의료진을 위한 작은 선물을 마련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평생을 함께 해 온 ‘춤’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이달 9일, 국제진료센터에 작은 무대가 마련됐다. 조중생 국제진료센터장, 김성완 이비인후과 진료과장, 주치의인 은영규 이비인후과 교수와 입원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간호사들 앞에 선 그녀는 작지만 큰 울림을 선보였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류드밀라 콜파시니코바 씨는 60대에 접어든 나이를 잊게 할 만큼 움직임이 가벼웠다. 탱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발과 손, 그리고 온몸의 움직임은 그간 그녀를 암흑 속에서 살게 한 과거에 외치는 함성과 같았다.
그는 “수술 전에는 하루에 잠을 2시간 밖에 자지 못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이제는 러시아에서 맞을 밤이 두렵지 않다”며 “한국 의료진의 친절함과 우수한 의료덕분에 새 삶을 살게 돼 너무 기쁘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