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시대…‘큰놈’ ‘센놈’ 대거 귀환
BMW·벤츠 등 독일차들도 고성능 바람에 동참했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한 벤츠 GLE 쿠페(위)와 BMW 6시리즈 컨버터블.
‘유령의 도시’로 전락한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가 이번 모터쇼로 들썩이고 있다. 2013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180억 달러(약 20조 원) 부채를 안고 파산 신청을 했던 디트로이트는 지난달 1년 5개월 만에 파산 상태를 공식 종료했다. 이후 한 달 만에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의 부활에 서광을 비추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80만 명 이상의 내방객과 5000명 이상의 자동차 업계 대표 및 경영진, 미디어 분석가가 다녀갈 것으로 전망됐다. 80만 명은 디트로이트 전체 인구 70만 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번 모터쇼의 화두는 ‘고배기량의 고성능 자동차이냐 아니면 친환경 자동차이냐’다. 먼저 이번 주는 고배기량의 고성능 차량에 대해 알아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국제 모터쇼의 이슈는 소형차,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차 중심이었다. 미국의 경기 침체와 유가 상승이 자동차 트렌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던 것. 그러나 국제 유가가 1년 새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고성능 대형차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디트로이트 현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GM은 ‘캐딜락 CTS-V’를 공개했다. 신형 캐딜락 CTS-V는 6.2ℓ V8 슈퍼차저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640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하며 최대 토크는 87.0㎏·m다. 정지된 상태에서 시속 97㎞까지의 가속시간은 3.7초에 불과하다. 포드는 신형 머스탱의 고성능 버전으로 500마력 이상의 최고 출력을 자랑하는 ‘쉘비 GT350R’를 공개했다.
아우디, BMW, 벤츠 등 독일차들도 고성능 바람에 동참했다. 우선 BMW는 6시리즈의 쿠페와 그란 쿠페, 컨버터블 등 전 라인업의 신규 모델을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했다. ‘뉴 6시리즈’는 450마력의 8기통 가솔린 엔진과 320마력의 6기통 가솔린 엔진, 313마력의 6기통 디젤 엔진 등 BMW 이피션트다이내믹스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3종류의 강력하고 효율적인 엔진이 탑재됐다.
또한, ‘뉴 M6 쿠페’와 ‘뉴 M6 그란 쿠페’, ‘뉴 M6 컨버터블’ 등 ‘뉴 6시리즈’의 고성능 모델에는 BMW 최고의 모터스포츠 기술이 집약된 ‘4.4ℓ V8 M트윈파워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69.4㎏.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M-DCT 7단 변속기’가 장착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뉴 M6 쿠페’와 ‘뉴 M6 그란 쿠페’는 4.2초, ‘뉴 M6 컨버터블’은 4.3초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쿠페와 크로스오버 중간 형태인 ‘GLE 쿠페’를 선보였다. BMW X6를 겨냥한 벤츠의 전략차종이다. GLE 쿠페는 가솔린 GLE 400 4매틱(V6 3.0ℓ 바이터보, 최고 333마력), GLE 450 AMG(V6 3.0ℓ 바이터보, 최고 367마력), 디젤 GLE 350d 4매틱(V6 3.0ℓ, 최고 258마력)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면부는 LED 헤드램프를 장착한 가로 형태 싱글바 그릴이 눈에 띈다. 측면은 쿠페를 연상시키는 유려한 지붕선이 특징이다. 뒷면은 S클래스 쿠페를 기반으로 다듬었다.
아우디는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뉴 아우디 Q7’을 공개했다. 기존 모델 대비 차체 무게를 325㎏나 줄여 유럽기준으로 26%의 연비 개선을 이룬 ‘뉴 아우디 Q7’는 ℓ당 17.5㎞의 뛰어난 연비는 물론 272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도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해 데뷔한 스포츠 쿠페 ‘RC F’에 이어 ‘F모델’ 라인업에 새로 추가된 고성능 스포츠 세단 ‘GS F’를 선보였다. ‘GS F’는 ‘GS’를 베이스로 자동차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파워트레인에 V형 8기통 5.0ℓ 자연 흡기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모델로 트랜스미션의 8-Speed SPDS(Sport Direct Shift)에서 M포지션을 선택하면 0.1초 만에 변속이 가능해 역동적인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RC F’와 마찬가지로 구동력 제어 시스템 TVD(Torque Vectoring Differential)를 채용해 코너를 돌 때 후륜 좌우 구동력을 최적으로 전자 제어해 이상적인 차량의 거동을 실현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