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지배구조 관련주들 ‘출렁’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투자자들은 총수 지분이 곧 이들 주식의 기업가치임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하락한 12~14일 사흘간 정 회장 부자의 지분가치는 1조 2041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가치는 3177억 원, 최태원 회장의 SK C&C 주식가치도 2386억 원이 떨어졌다.
삼성SDS는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내년 5월 중순 이후 지분을 팔 수도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지난 연말께 내놨다 큰 폭의 주가하락을 경험했다. 총수일가 지분 이탈 조짐만 보여도 관련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이미 확인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사업 연관성이 높아 주주 설득은 어렵지 않고, 이 부회장도 1.7%의 합병법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어쨌든 삼성SDS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이 부회장에 유리하다. 삼성SDS 주가하락도 이틀 만에 끝났다.
SK도 언젠가는 최 회장의 SK C&C 지분(33%)을 SK(주) 지분으로 바꿔야 할 처지다. 최 회장이 지주사인 SK(주)가 아닌 일반 사업회사인 SK C&C를 통해 지주사 SK(주)를 지배하는 옥상옥 지배구조 탓이다. 문제는 SK C&C가 지주회사가 아니기에 보유 중인 SK(주) 지분 31.8%의 가치가 SK C&C 총자산의 절반을 넘으면 강제로 지주회사로 전환된다는 데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새로운 규제를 받게 돼 그룹 지배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SK(주)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지만 SK C&C가 가진 SK(주) 주식 가치는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해 9월 말 기준 SK C&C 총자산 5조 4000억 원의 46% 수준이다. 이대로면 자칫 지주사 강제전환을 피하기 위해 빚이라도 늘려야 할지 모를 처지다.
SK의 경우 합병이 가장 유리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SK C&C와 SK㈜가 합병하고, 이후 합병회사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역시 SK C&C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최 회장에 유리하다. SK C&C의 주가하락도 13일 단 하루에 그쳤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