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지난 22일 호주에서 펼쳐진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대한민국의 차두리(34)와 호주의 팀 케이힐(35)이 각각 팀을 4강으로 이끌며 베테랑으로서의 ‘품격’을 증명했다. 스포츠에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종종 ‘나이’가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신체능력이 하락세에 접어드는 30대 중반 이상 연령대의 선수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하지만 이들을 ‘노장’이라며 무조건 가치를 깎아내려선 곤란하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된 패기넘치는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이 출천했지만 쓰라린 패배를 맛 본 기억이 있다.
한국의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 출장 기록, 호주 역대 A매치 최다골 기록을 각각 경신하며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차두리와 케이힐은 이날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도 20대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쿠웨이트와의 아시안컵 개막전에서도 동점골을 넣으며 호주를 승리로 이끈 바 있는 케이힐은 이날 중국과의 일전에서도 후반 4분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다. 케이힐은 코너킥에서 이어진 혼전 상황서 튀어오른 볼을 바이시클킥으로 그대로 연결하며 ‘대회 베스트골’로도 손색없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진 후반 20분에는 전매 특허인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하는 헤더골로 추가 득점까지 뽑아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반 왕다레이 골키퍼가 분전하며 경기를 주도하고도 중국을 상대로 답답한 보습을 보이던 호주에게 케이힐의 골 결정력은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한국의 차두리 또한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공수 양면에서 활약, 도움 1개를 기록하며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서 은퇴하겠다던 선언을 무색케 했다. 차두리는 이날 공격강화의 일환으로 후반 24분 경기에 투입됐다. 그는 연장 후반 14분 수비진영에서부터 약 70m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파한 후 손흥민에게 볼을 패스해 팀의 두번째 골에 기여했다.
차두리의 투입 이전까지 한국은 좌우 불균형적 공격 형태를 보였다. 한국은 손흥민-김진수가 포진된 왼쪽에서 주로 공격을 전개했고 이에 우즈벡의 왼쪽 풀백 데니소프는 자유롭게 한국의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었다. 차두리는 특유의 스피드에 최근 나날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공격전개까지 선보이며 팀의 균형을 맞추게 해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토너먼트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서 베테랑 선수의 장점이 될 수 있는 ‘경험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차두리의 폭발적 드리블에 이어 도움까지 성공시키자 경기를 중계하던 배성재 SBS아나운서는 “이런 선수가 왜 지난 월드컵에서는 해설을 했나”라고 외쳐 지난 한국 축구의 과오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차두리와 케이힐은 지난 일정에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어떤 모습으로 대회를 마무리 할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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