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 속고 ‘짝퉁’에 울고
모 기획사 대표 조아무개씨(35)는 지난해 8월 지인의 소개로 모바일 서비스 사업자 Y씨(38)를 만났다.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조씨는 이 자리에서 유명 3인조 여성 댄스 그룹 C의 누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3억원을 요구했다. “멤버들이 모두 동의했다”는 조씨의 말에 속은 Y씨는 1억6천5백만원의 계약금 중 우선 1억원을 조씨에게 건넸다.
그러나 문제는 조씨가 C그룹 진짜 멤버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을 벌인 것. 촬영 동의서 작성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Y씨는 멤버들을 직접 데리고 오라고 요구했고 당황한 조씨는 급기야 엑스트라를 동원, 그룹 리더 H씨의 ‘엄마’라며 소개했다. 이 가짜 엄마는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경황이 없으니 8월 말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연기를 했고 Y씨는 그 말을 의심치 않았다.
약속 날자인 9월1일, 조씨는 이번에는 젊은 여성 3명을 모집해 데리고 나와선 이들이 C그룹 멤버라고 속였다. 이날 이들은 하나 같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Y씨가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구, 얼굴을 드러낸 가짜 멤버들에게 Y씨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C그룹의 진짜 멤버가 아님을 눈치 채서가 아니라 누드 촬영을 할 만한 외모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Y씨가 “이래 가지고 어떻게 누드 촬영을 하겠나”며 불만을 털어놓자 조 씨는 “화장을 안 해서 그렇다. 화장하면 ‘카메라발’을 잘 받는다”며 Y씨를 달랬다. 내심 못마땅했지만 Y씨는 이미 계약금 일부를 지급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가짜 멤버들과 동의서를 작성했고 이때 나머지 계약금 6천5백만원을 마저 지급했다.
그러나 촬영을 위해 태국 푸켓으로 출국하기로 한 날 C그룹 멤버들은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 Y씨의 전화에 조 씨는 “출연하던 유흥업소의 조직폭력배들과 마찰이 있는 것 같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상하다고 생각한 Y씨는 진짜 C그룹의 멤버와 통화를 한 뒤에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고 경찰을 찾았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