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뉴진스 잊으라’고 해도 못 잊어…한예종 광주 이전은 반대”
전남대 5·18연구소는 창립 30주년과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광주 북구 전남대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민 대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강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늘어선 대기 줄이 건물 밖으로 길게 이어지는 등 민 대표를 만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대학생과 시민, 문화계 관계자 700여 명으로 성황을 이뤘다.
#“5·18은 분명한 역사와 사실, 역사 외면하면 안 돼”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광주를 찾게 된 까닭에 대해 민 대표는 “지방에 계신 많은 분들은 정보 접근성 면에서 답답함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제가 풀어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광주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전라도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맛과 멋이 일상에 녹아있는 예술의 고장”이라며 “과거 계엄이라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광주의 정신은 오늘날 창작자가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예술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태도와 깊이 공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은 정치 이전에 실제로 있었던 역사”라며 “이를 자꾸 정치적으로 연결지어 해석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 국민이 이 역사를 외면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대중들, ‘뉴진스 잊으라’ 해도 못 잊어”…“한예종 광주 이전은 반대”

이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그 취향을 뛰어넘는 완성도가 존재한다”며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수준까지 가기를 열망하면서 작업을 이어가는 것이 진짜 크리에이터”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산업에서 음악보다 콘텐츠 소비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의 경우 레이블을 하게 된 이유가 음악을 하고 싶어서”라며 “음악보다 콘텐츠 소비 경험이 더 중요하단 시각은 결과론적 분석이 거꾸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진스의 첫 번째 음반 4곡을 한 번에 공개한 것을 두고 이걸 나눠 냈으면 더 히트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소리다. 한 곡 한 곡이 타이틀감인 4곡을 한꺼번에 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감동을 한 것”이라며 “모든 트랙을 타이틀화 하면 음원 스트리밍 수익이 남들의 4~6배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를 “비즈니스적 마인드 이전에 제가 가진 본능이었다”고 표현했다.
민 대표는 “그래서 사람들이 (뉴진스를) 잊을 수가 없는 거다. 주변에서 아무리 ‘잊으라’고 악플을 달아도 뉴진스가 계속 기억되는 이유”라며 “한예종도 그렇다. 억지로 옮길 이유가 없다. 학생들이 슬퍼할 거고 이 과정에서 광주 시민들과 갈등도 발생할 거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건 결국엔 도태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민 대표는 강연 도중 여러 차례 한예종 광주 이전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예술인들이 정치를 너무 외면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과 창작자는 너무 다른 뇌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말도 안 되는 정책이 나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한예종 이전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학생과 학교가 원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지 정치적인 이유로 인위적으로 추진한다면 결국엔 인간 본성이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 겪으며 인생 크게 달라져…저항 정신 필요”
최근 하이브와의 경영 분쟁을 겪으며 느낀 변화와 소회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민 대표는 “분쟁 이후로 제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 원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싫어했다. 그런데 (분쟁 이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억울한데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시스템 안에 순응하는 사람들만 있어선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며 “저항이 성공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해도 화두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지금이 훨씬 발전됐다고 해도 시스템은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상당 부분이 자본의 논리대로 돌아간다”면서도 “그럼에도 돈의 가치가 전부는 아니”라며 “새로운 충돌은 피할 수 없지만 작은 항쟁들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는 역사의 교훈처럼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세상이 한 걸음 나아간다”고 주장했다.
지역 예술가들을 향한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민 대표는 “숨어있는 예술가들은 어디에든 많다. 그 분들이 다 빛을 받았으면 좋겠다. 문화가 발전하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풍요로운 인생을 누리면 삶의 건강한 쾌락이 높아진다”며 “그런 이상적인 세상을 조금이라도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덤덤하게 말하기도 했다.

광주=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