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3~4명과 아파트 합숙
기자의 취재 도중 담당 경찰이 불쑥 던진 말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번 사기극의 주범 한아무개씨를 따르는 자칭 신도들이 신분을 속이고 수사 상황을 물어보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한 신도는 “내가 청와대 고위 인사와 한씨를 연결해 준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한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에서 나올 때를 기다려 선식이나 집에서 만들어 온 음식들을 주고 돌아간다는 것. 체포 당시에도 한씨를 보호하며 경찰을 막아섰다고 한다.
이 신도들은 한씨가 체포되기 전까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합숙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 수색을 했던 경찰은 “일반 가정집과 다른 것은 없었지만 한씨가 성경을 직접 해석해 제작한 교본이 여러 권 있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울에 있는 S교회에서 7년 동안 목사로 있다가 10년 전에 그만두고 이후에는 미국을 왕래하며 신학교에서 강의를 해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서울 S교회측은 “그런 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경찰은 “한씨의 주거지를 찾아갈 때마다 신도들로 보이는 여성들에게 물어보지만 입을 다물고 있어 이들이 어떻게 만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기와 혼인빙자 등의 전과를 가지고 있는 한씨의 주변에서 미심쩍은 행적을 남긴 여성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한씨가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금액 중 약 4억원이 한씨의 비서라고 주장하는 이아무개씨(여·40)의 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을 하다 15년 전 한씨를 처음 만났다는 이씨는 모든 사실이 다 밝혀진 시점에도 한씨가 사칭한 미합중국외교협의회 극동지역지부에서 전산실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이밖에 한씨는 내연녀 장씨의 집 외에 70평 빌라를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호화 빌라에는 윤아무개씨(여·40)가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윤씨 역시 집을 비운 상태다.
경찰은 한씨와 관련해 아직도 밝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01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