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동성연애 관계에 있던 5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3일 체포된 박 아무개 씨(여·46)는 경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박 씨가 연인이었던 유 아무개 씨(여·54)에게 폭행을 휘둘러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계기는 함께 술을 마시던 후배 김 아무개 씨(여·45)와의 관계를 오해했기 때문.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월 19일 오후 1시께 김 씨의 집에서 계모임을 가졌다. 이들 세 사람을 포함한 회원들은 함께 고스톱을 치며 술을 마셨다. 이 과정에서 유 씨가 박 씨의 남편이나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박 씨는 자신의 연인인 유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함부로 하는 것에 화가 났다. 물론 다른 회원들은 박 씨와 유 씨가 동성애 관계인 줄 몰랐다.
사건은 다른 회원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 벌어졌다. 집 주인인 김 씨와 함께 셋이서 술을 마시다 먼저 술에 취한 유 씨가 “잠이 온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잠시 후 집 주인 김 씨 역시 유 씨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잤다고 한다. 박 씨는 화를 풀지 못하고 혼자 술을 마시다 유 씨와 김 씨가 잠자고 있던 방에 들어가 두 사람이 덮고 있던 이불을 들춰보게 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 씨는 두 사람이 동성애를 맺으려 한 것을 알고는 배신감에 유 씨를 때렸다는 것.
박 씨는 15년 전부터 유 씨와 한 동네에 살며 친하게 지냈고 5년 전부터 동성애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유 씨가 자신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자 화가 난 데다 김 씨와의 관계에 대한 질투심까지 겹쳐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주부이면서도 동성애자였던 중년 여성의 질투심이 빚어낸 어이없는 치정 살인극에 경찰도 고개를 흔들었다.
양하나 프리랜서 han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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