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5세 아이들은 부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말로써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 시기 아이는 언어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비속어, 반어법, 비유,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언어뿐만 아니라 인지 발달도 함께 이루어지며 다양한 감정과 표현이 담긴 언어적 레퍼토리를 습득하는 과정으로 특정 단어를 반복해 말하는 것을 재미있게 여기기도 하고 숙달을 위한 목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마치 공굴리기 놀이를 처음 접한 아이가 온종일 공만 가지고 노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왜 하필 ‘방귀’, ‘똥’, ‘돼지’일까?
이맘때 아이들이 자주 반복해서 부모를 난처하게 만드는 단어는 ‘방귀’, ‘똥꼬’, ‘바보’ ‘돼지’ 등. 욕설은 아니지만 뜬금없이 이런 말을 계속 해대면 실로 난감하다. 더구나 식구도 아닌 다른 사람 앞에서 이런 단어를 반복하면 너무나 민망해 쥐구멍에 숨거나 아이 입을 막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장난삼아, 또는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사람들이 들으면 싫어할 만한 이런 단어에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부모의 반응과 관련이 깊다. 부모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짓는 표정과 반응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가령 아이가 “방귀” 했을 때 “아휴~ 똥 냄새!”라며 손을 휘젓고 “방귀를 누가 뀌었지?”라며 대상을 찾거나 쫓는 모습은 우습기도 하고 자신이 한 말이 이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대해 우월감도 느낀다. 대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등 보육기관에 다니며 단체생활을 시작하는데 누군가 한 명이 이런 단어를 쓰기 시작하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는 게 특징이다. 모방을 즐기는 시기인 만큼 또래들 간의 동질감을 느끼기 위한 사회화 과정의 나쁜 예라고 할 수 있다.
엄마의 대처 요령
아이가 처음 이런 말을 반복되면 부모들은 당황해하며 “그런 말을 계속 쓰면 혼날 줄 알아”,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라며 아이를 야단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아이들을 더욱 자극할 뿐이다. 이때는 흥분하거나 격앙된 어조를 삼가고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쁘고 마음도 다쳐. 그러니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예쁜 말을 사용하는 게 좋아”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분명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단, 부모가 너무 문제 삼거나 아이를 혼내면 반발심으로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 무관심한 태도를 취한다. 만약 아이가 “내가 ‘방귀’, ‘똥꼬’라고 말하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요”라고 반문한다면 단호한 태도로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만 자꾸 그런 말을 반복하게 되면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빠. 네가 친구로부터 ‘돼지’, ‘똥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어떻겠니?”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자. 아이가 특정 언어를 반복한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람직한 의사표현은 아니지만 이런 행동은 아이의 성장 과정의 일부분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차 나아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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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아란 기자 / 사진 인지은 / 모델 이아린(5세) /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 의상협찬 베베드피노(www.bebedepino.co.kr) / 참고도서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걷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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