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곧 다가온다. 이번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최대 5일간의 휴일을 보낼 수 있다. 연휴가 긴만큼 많은 수의 가족, 친지가 한 자리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건강관리에 유념해야 한다. 장거리 운전, 생체리듬의 변화, 환경의 변화, 무절제한 과식, 과음 등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주의해야 할 사항이 더욱 많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연휴가 긴만큼 평소와 다른 생활 패턴을 이어가게 되고 이는 생체리듬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식, 과음, 환경의 변화는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장거리 운전, 만성질환자는 피해야
설 연휴 기간에는 귀향 차량이 몰리면서 차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자동차 안은 좁고 밀폐된 공간이다. 따라서 차안에 오래 머물면 두통, 피로, 호흡기 질환, 근육 긴장, 혈액순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또 도로가 막히니 졸음운전이나 과속을 하기 쉽다.
따라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운전자는 1~2시간 마다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또 물을 충분히 마시고,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푸는 것도 좋다. 운전할 때는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진행한다.
김병준 교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는 혈액 순환 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당뇨병,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라면 장시간 운전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며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 전 차량을 꼼꼼히 정비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장시간 운전 시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저혈당의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 만성질환자, 복용 약품 챙겨야
연휴에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에 노출된다. 미리 대비 하지 않으면 자칫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만성질환자라면 평소 복용하는 약물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연휴에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쉬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면 복용하던 약물을 직접 챙겨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협심증, 천식을 앓고 있다면 반드시 약품을 소지해야 한다. 평소 복용하던 약물을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 연휴 기간에는 많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전염성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감기나 독감 같은 전염성 질환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쉽게 전염된다. 손발을 자주 씻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잠자리를 비롯한 주변 환경의 변화는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안전사고나 수면장애가 생길 수 있다. 노약자들에게는 낯선 환경이 치매를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김병준 교수는 “만성질환자라면 이동하는 지역의 이용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미리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며 “어린이나 노약자는 안전사고를 주의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규칙적 생활습관 유지해야
연휴 기간에는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고 식사 양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이 같은 생활습관이 3일 이상 지속되면 문제가 생긴다. 불규칙한 생활리듬에 신체가 적응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연휴기간 후에 문제가 발생한다. 일상생활 복귀에 따른 우울증이 생기고, 면역력이 저하돼 잔병치레가 많아진다. 소위 연휴 후 증후군으로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두통 등이 발생한다. 다시 생활리듬을 돌리는데 1~2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병준 교수는 “연휴 기간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좋다”며 “수면패턴을 평소와 같이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과식, 과음 주의 필요
연휴 기간에는 과식, 과음을 피해야 한다. 설 음식 대부분은 고지방, 고칼로리이다. 게다가 연휴 기간에는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 혈압, 혈당 관리가 어려워진다. 만성질환이 있다면 부작용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끼리 편안한 대화를 하며 식사는 야채 중심으로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과식과 함께 과음도 피해야 한다. 모처럼 즐거운 기분에 들떠 자신도 모르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술은 조금만 마시고 빈속에 마시는 것은 피한다. 또 한 번 마시면 최소 이틀은 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