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능력마에 ‘부중 특혜’… 레이팅 허점 노려라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가령 마체중이 500kg이상의 덩치마에겐 1kg 정도의 차이는 큰 의미가 없는 게 보통이지만 400kg 안팎의 왜소한 말, 특히 암말에게는 1kg이 2~3kg의 감량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번 주에는 최근 1개월 이내에 시행된 경주 가운데서 부담중량이 결정적으로 변수가 됐던 케이스를 살펴본다.
2월8일 일요경마 10경주는 국3 핸디캡 경주였다. 마사회 레이팅을 보면 최고핸디를 받은 말은 레이팅 73을 받은 베스트나인이었고 부담중량은 55.5㎏이었다. 최저핸디는 52.5㎏을 단 레이팅 67의 다이아파워와 골드윈이었다. 자신이 입상할 때보다 부중이 내려간 마필은 무려 6두나 되었고 직전 대비 부중감소마도 7두나 되었다. 이 경주는 최고부중이 55.5㎏에 불과했기 때문에 늘어난 부중은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최고 인기마들, 즉 레이팅이 높은 말이 입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삼복승 베팅에선 엉뚱한 마필이 한 마리 끼어들 여지는 충분했다. 핸디캡 경주에선 ‘이변마는 감량을 받은 말 중에서 골라라’는 경마격언도 있지 않은가.
이 여섯 마리 감량이점마 중에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말은 8번 블랙트레인이었다. 필자가 한 아마추어의 권유를 무시했다가 땅을 치고 후회했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 선두력이 있는 말이고 1400에서 제법 잘 뛰었던 적이 있었던 데다 무엇보다 직전 대비 -3.0㎏, 입상시 대비 -2.5㎏의 감량특혜를 받았다. 출주마 중에서 체구가 가장 작은 말인데 최고의 감량이점을 받은 것이었다. 물론 능력은 최하가 아니었다.
블랙트레인은 이 날도 여느 때와 같이 레이스를 해 결승선에선 뒤로 밀리겠지 했지만 감량이점 덕분인지 막판까지 잘 버텨내면서 2위를 차지했다. 엄청난 배당이었다. 필자가 당일 축으로 세웠던 5번 대왕과 같이 엮었더라면 행운을 잡을 수도 있었다. ‘때론 아마추어의 말도 들어라’는 그분의 충고가 아직도 귀에 아른거린다. 그분도 ‘프로의 축마 추천’을 무시해 적중하지는 못했다.
같은 날 6경주는 반대의 경우다. 이 경주는 신예들이 많은 혼합4군의 레이팅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도 보여줬다. 이 경주의 최고레이팅은 인기6~7위를 차지했던 레이팅 59의 통일축제와 신흥으뜸이었다. 누가 봐도 능력마이자 강력한 인기마였던 디플러메틱미션과 나이스앤굿, 삼정탱크는 레이팅 54로 이들보다 2㎏이나 더 가벼웠다. 객관적으로도 우세한 능력마가 부담중량까지 가벼웠으니 복승식은 이 안에서 들어온다고 봐야 했다. 변화의 여지가 있는 마필은 입상시보다 -3.0~-4.0㎏의 혜택을 받은 라온에스프리와 더블제이 정도였는데 실전에서도 라온에스프리가 3위를 차지했다. 하위군 마필의 레이팅은 이처럼 허점이 많기 때문에 객관적인 능력과 부중을 살피면 노림수를 던질 만한 경주도 나온다.
3경주(국5 1300미터)는 더 가관이었다. 레이팅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말은 새재사랑(34)이었고 두 번째는 다랑시(32)였다. 이 경주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수위의 능력마 1번 선버스터는 레이팅이 29로 4위였다. 레이팅만 보면 상대적으로 2.5㎏의 감량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정말 부담중량이 능력의 차이를 조절하는 중대변수가 맞다면 이 말은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새재사랑이나 다링시는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부중도 상대적으로 더 높아 일말의 기대도 할 수 없었다면 지나친 분석일까.
2월 7일 토요경마 4경주의 빛나는새벽도 감량특혜를 톡톡히 본 케이스였다. 빛나는새벽의 레이팅은 47로 최하위였다. 1위(56)와는 9점이나 차이가 났다. 하지만 능력면에선 3~4위권 정도가 객관적인 평가였다. 결과적으로 빛나는새벽은 직전경주와 입상시에 비해 모두 -4.5㎏ 혜택을 받아 3위를 지켜냈다. 하위군 레이팅제도의 허점이 만든 특혜였다고 보면 이 또한 이상할까.
같은 날 7경주에선 명작이 부중 특혜마였다. 명작의 핸디(부담중량)는 52.5㎏이었다. 직전 대비 -3.5㎏이었고, 최고인기마와는 2.5㎏이 적었다. 직전에 이미 1800미터 경주에 출전해 적응하는 기미를 보였던 말인데, 이 정도의 감량은 뜻밖이었다. 4군 부진마들의 경주라 특별한 강자도 없었기 때문에 막판에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월 1일 서울경마 11경주에선 빅컬린의 부진이 화제였다. 당일 빅컬린은 56㎏을 부여받았다. 레이팅 최고마 언비터블과는 2㎏이 적었다. 하지만 여기엔 거품이 있었다. 빅컬린은 2군에서부터 1군 데뷔전까지 3연승을 거둔 말이지만 겨우겨우 이겨온 말이고 강자들과의 경험이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직전 대비 부중이 3㎏이나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직전에도 체중이 13㎏이나 불어 염려가 됐던 말인데 또 체중이 7㎏이나 쪘다. 마체중은 무려 568㎏이었다.
이런 악재에다 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당일 기승하기로 예정돼 있던 문세영 기수가 부상을 입어 문정균 기수로 교체됐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덩치마를, 그것도 추입마를 처음 타는 입장인데, 직전보다 나은 능력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필자는 과감하게 제외했고 결과도 운좋게 적중했다. 당일 최고인기마를 제외했기 때문에 두둑한 배당이 나왔다.
부담중량이 경마의 유일한 변수는 아니지만 간혹 이처럼 부중특혜마와 부중불리마가 눈에 띄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말이 모두 입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당과 적중률을 감안하면 분명 베팅 메리트는 높다.
마사회의 레이팅 시스템은 현재 과도기에 있다. 1, 2군 등 상위군에선 현재도 상당한 객관성을 인정받을 만큼 성공리에 운영되고 있지만 하위군에서는 안정화되기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경마팬의 입장에선 안정화 후에 베팅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 전에도 위에서 나타난 경우와 같은 허점을 노린다면 간혹 고배당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