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번 돈 유튜브 스타 ‘그럼피캣’ >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
조회수 22억 600만 건을 넘긴 싸이의 ‘강남스타일(위)’과 형의 손가락을 깨무는 동영상으로 스타덤에 오른 아기 찰리 데이비슨-카.
지난 2005년 4월 23일, ‘유튜브(www.youtube.com)’라는 이름부터 생소한 웹사이트에 한 편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한 젊은 남성이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코끼리를 배경으로 코끼리에 대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동영상 속의 남성은 그저 코끼리는 코가 길어서 멋있다는 등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갔던 그 동영상은 18초 만에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이 동영상은 향후 인터넷 시장의 10년을 확 바꿀 대단히 의미 있는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 속의 남성은 바로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자웨드 카림이었으며, ‘동물원에서’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은 현재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으로 기록되어 있다. ‘페이팔’에서 근무했던 자웨드 카림과 스티브 첸, 체드 헐리 등 세 명이 지난 2005년 공동으로 설립한 유튜브는 현재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가장 방문자 수가 많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유튜브를 만들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2004년 슈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벌어졌던 재닛 잭슨의 ‘가슴 노출 사건’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어 짜증이 났던 것이 첫 번째였고, 같은 해 말 난장판이 벌어졌던 박싱데이 관련 영상을 찾지 못해 답답해했던 것이 두 번째였다.
이처럼 젊은 청년들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유튜브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오늘날 유튜브에는 1분마다 3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으며, 매달 누리꾼들이 유튜브에서 감상하는 동영상은 60억 시간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유튜브에 올라오는 동영상들을 가리켜 ‘공해다’ ‘쓰레기다’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유튜브의 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져만 갔다. 2006년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에 유튜브를 인수했다는 점만 봐도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코미디 듀오 스모쉬가 포켓몬 주제가를 부르는 모습(왼쪽)과 앵그리버드 달걀 인형 껍질 벗기기. 이 동영상들도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쉽게 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찾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무료’이기 때문에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했다. 이에 무명이었던 일반인이 하루아침에 인터넷 스타가 되기도 하고, 또 더 나아가 글로벌 스타가 되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튜브를 통해 발굴된 후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저스틴 비버다. 2007년 비버의 어머니가 12세 때 지역 재능 컨테스트에 참가한 아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유튜브에 올렸던 것이 계기였다. 곧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던 비버는 얼마 후 이 동영상을 본 에이전트의 눈에 띄어 가수로 정식 데뷔했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0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공연 티켓이 22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빅스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비버의 뒤를 쫓았다. 유튜브를 이용해서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공유했으며, 에이전트나 연예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뜨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음반업계들 역시 과거 유튜브로 뜬 스타들의 재능을 폄하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적극적으로 유튜브 속의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는 비단 가수 지망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패션이나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 브이로거(Vlogger)들도 많다. 가령 영국의 패션 및 미용 전문 브이로거인 ‘조엘라’는 2009년 처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현재 760만 명이 구독하는 스타로 떠올랐으며, 2014년에는 베스트셀러 책까지 출간했다.
또한 단 한 편의 동영상으로 유명해진 경우도 많았다. 최초의 경우는 찰리 데이비슨-카라는 이름의 아기였다. 2007년 형의 손가락을 깨무는 동영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카의 부모는 광고 수익과 상품 판매를 통해 30만 파운드(약 5억 원)를 벌어 들였다.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직업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찡그린 표정 하나로 스타가 된 고양이 ‘그럼피캣’의 주인인 타바사 분데센은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매거진> 등의 표지를 장식했던 ‘그럼피캣’은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인 귀네스 팰트로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 이밖에 앵그리버드 달걀 인형의 껍질을 벗기는 동영상은 9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는가 하면, 메이크업팁을 제공하는 동영상으로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타냐 버는 현재 27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위에서부터 12세의 저스틴 비버가 지역 재능대회에 참가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 펩시 광고, 고든 브라운 영국 전 재무장관이 코를 후비는 동영상.
가령 유튜브를 통한 24시간 감시가 가능해지면서 잠깐의 실수는 정치인들을 곤궁에 빠트리거나 심한 경우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했다. 고든 브라운 전 재무장관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연설 도중 코를 후비는 동영상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히면서 8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인물로는 단연 오바마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재선 캠페인 당시 오바마 선거 캠페인의 온라인 팀은 300명으로 꾸려졌으며, 이 가운데 유튜브 담당은 30명이었다. 당시 온라인 캠페인을 담당했던 매튜 맥그레거와 스티븐 뮐러는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의 연설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편집한 다음 자신들의 홍보 동영상에 삽입하곤 했다. 그리고 이렇게 제작된 동영상은 불과 몇 시간 안에 유튜브를 통해 퍼져 나갔다. 이는 롬니의 연설 중에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나 표현이 있으면 즉각 공격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가령 ‘롬니는 부자이기 때문에 중산층 걱정 따위는 하지 않는 자유시장 근본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당시 온라인 선거팀은 유튜브가 TV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들은 신중하게 분류된 무리의 인물들, 가령 기자들을 겨냥해서 그들의 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활용했다. 때문에 기자들을 목표로 만든 동영상들이 많았으며, 이를 본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사를 쓰도록 만들었다.
유튜브가 교육 시장에 미친 영향도 어마어마하다. 유튜브의 슈퍼스타 수학 강사인 살만 칸은 “이 동영상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면 당신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것은 자신이 제작한 수학 교육 동영상이다. 그만큼 지루하고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으며, 심지어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5000여 개의 수학 및 과학 강의 영상을 촬영해온 칸은 이를 통해 전 세계 누구에게나 무료로 수학을 가르쳐 주고 있다. 처음에는 수학 성적이 바닥인 멀리 사는 사촌 동생에게 수학을 쉽게 가르쳐주기 위해서 시작했다. 각각의 동영상은 10분을 넘지 않으며, 마치 천재 형에게 개인 지도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 후 오로지 인터넷 강의에만 매진하고 있는 칸은 7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비영리 단체의 회장이다. 현재 ‘칸 아카데미’에는 190개국 1500만 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튜브의 슈퍼스타 수학 강사 살만 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유튜브 스타 3인,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인 자웨드 카림이 만든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
이밖에도 현재 유튜브 교육 채널에는 수많은 교육용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시시콜콜한 것들도 많다. 가령 전구를 갈아끼우는 방법, 유모차를 조립하는 방법, 기타 치는 법 등 별의별 것을 가르치는 동영상들이 가득하다.
유튜브는 광고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 동안 음악 관련 동영상을 제외하고 유튜브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동영상 10편 가운데 4편이 광고 영상이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유튜브가 비단 광고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마케팅의 생태를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에이전트인 R/GA런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지 프레스트는 “사실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은 브랜드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때문에 똑똑한 브랜드들은 유튜브 시청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열정을 찾았다. 가령 레드불의 경우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나이키의 경우에는 축구를 통해 유튜브 시청자들과 교류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광고 동영상은 카레이서인 제프 고든이 등장하는 ‘펩시’ 광고다. 평범한 일반인으로 분장하고 중고차 가게를 찾아가 자동차 딜러를 태운 채 과격하게 시범 운전을 하는 영상이 그것이었다. 현재 이 몰래 카메라 동영상은 4900만 회 이상이 조회됐다.
이 광고를 재미있게 본 누리꾼들은 다른 친구들과 이 동영상을 공유했고, 그렇게 이 동영상은 별다른 노력 없이 인터넷에 퍼져 나갔다. 프레스트는 “과거에는 TV에 광고를 내보내면 사람들이 강제로 광고를 봐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자신들이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골라서 보기 때문에 사람들을 화면 앞으로 끌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광고가 TV 광고와 다른 점은 영상의 ‘길이’에도 있다. TV에서는 30초만 나가는 광고가 유튜브에서는 3분짜리로 변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TV 광고는 이제 온라인 버전 광고의 예고편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에 에비앙과 같은 일부 업체는 아예 인터넷 전용 광고를 따로 제작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엄 세대’ 즉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세대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TV를 많이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의 발달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일부 업체들은 아예 전통적인 광고 기법을 버리고 스타 브이로거들과 협업을 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10~20대들이 직접 촬영한 이런 동영상들은 아무래도 이미 탄탄한 구독자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뛰어난 것이 사실. 가령 한 대형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는 브이로거 덕분에 5억 1100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스파 브랜드인 ‘톱숍’도 ‘조엘라’와의 협업을 통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조엘라’가 시청자들에게 ‘톱숍’ 광고를 클릭하면 500파운드 상당의 상품권 당첨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소개하자 실제 시청자의 40%가 배너를 클릭했으며, 이는 전통적인 배너 광고의 클릭률이 0.1%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치다.
하지만 <텔레그라프>는 광고업계에서 유튜브의 위상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다농의 ‘롤러베이비’ 광고 동영상의 경우, 2009년 1억 1500만 회의 조회수 가운데 99%가 유튜브를 통한 것이었던 반면, 지난해 1억 6000만 회를 기록한 ‘베이비 앤 미’ 광고의 경우에는 61%만이 유튜브를 통해 시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다름 아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6초 동영상 공유 앱인 ‘바인(Vine)’이 ‘인터넷 스타의 산실’이라는 유튜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코미디언인 앤드류 베철러, 동갑내기 2인조 래퍼인 ‘잭&잭’ 등 이미 ‘바인’으로 뜬 스타들도 많다. 이들은 모두 ‘바인’에서 각각 1000만, 500만 명의 팔로어들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바인 스타’들이다.
하지만 프레스트는 “그럼에도 아직 유튜브 시장은 밝다”고 전망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 키’ 등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개발하면서 전진하는 한 유튜브는 10년 후에도 건재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