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뒤 피해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자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60대 여성에게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8일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사체유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 아무개 씨(여·61)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2013년 12월 자신의 집에서 남동생과 피해자 A 씨(당시 65세)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고스톱을 치다가 둔기로 A 씨의 머리를 10차례 이상 내리쳐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남동생과 함께 야산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 씨는 자신의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알게 된 A 씨에게 법조계·정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부동산 투자를 하면 1년 뒤 몇 배의 이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11차례에 걸쳐 모두 7억 93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1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A 씨는 서 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독촉이 심해지자 결국 서 씨는 A 씨를 살해했다.
서 씨는 이외에도 다른 피해자 2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았다. 서 씨가 A 씨 등 피해자들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금액은 모두 9억 2050만원에 달한다.
1심은 “서 씨는 A 씨를 집으로 오게 한 뒤 둔기로 머리를 10여 차례 내리쳐 잔인하게 살해했고, A 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서 씨의 사기 금액이 더 늘었다. 검사는 1심에서 서 씨의 공소사실에 A씨로부터 받아 챙긴 금액을 4억 7950만 원으로 적시했지만,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7억 9350만 원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까지 적용해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서 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살펴보면 원심 판단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서 씨의 상고를 기각, 원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한편 서 씨와 함께 A 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사체유기, 살인방조)로 재판에 넘겨진 서 씨의 남동생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