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벽 6시면 전화 와, 내가 깰 정도”…“신랑은 ‘더 폭로할 게 어디 있느냐’ 하더라”
명 씨 가족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청소부는 “한동안 기자들이 하루종일 앉아 있고 아파트를 드나들어서 주민들이 싫어했다”며 “요새는 기자들이 거의 안 온다. 명 씨 가족들은 이사 가지 않고 아직 살고 있다”고 말했다.
숱한 자택 방문 때문인지 아파트 현관 인터폰으로 명 씨 아파트 호수를 눌러도 통화가 연결되지 않고 “호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자택 초인종은 눌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자택 문을 두드려도 반응은 없었다. 주차장에 남아 있는 명 씨 승용차도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11월 19일~21일 여러 차례 명 씨 자택을 찾았지만 명 씨 가족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 11월 21일 오후 외출하는 명 씨 아내와 세 딸을 만났다. 명 씨 아내는 40여 분간 인터뷰에 응했다. 명 씨 아내는 “신랑(명 씨)이 말한 의도대로 기사가 안 나가고 말이 다 왜곡되고 와전돼서 나갔다. 너무 많이 당했다”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은 명 씨 아내와의 일문일답.
# “빌려 간 돈 안 갚는다고 김영선한테 많이 화내”
—명태균 씨와 살면서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신랑(명 씨)이 ‘돈 1원 한푼 안 받았다’고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짜 돈 한푼 안 받고 일했다. 몇 년 전 서울 왔다 갔다 할 때도 돈을 한푼도 안 받았다. 그래서 신랑이 저한테 욕을 많이 들었다. 제가 ‘그냥 나가서 혼자 살아라. 결혼을 왜 했느냐’고 잔소리도 많이 했다. 신랑은 저랑 싸워도 저한테 화를 안 낸다. 딱 한 사람, 김영선 전 의원한테만 화내는 모습을 봤다.”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의원한테 왜 화를 낸 건가.
“빌려 간 돈을 안 갚아서 그랬다. 신랑이 자기 돈을 준 게 아니었다. 신랑도 다른 사람한테 빌려서 줬다. 그걸 제날짜에 안 갚으면 신랑 신뢰도가 깨진다. 그래서 신랑이 많이 화를 많이 냈다. 김영선 전 의원이 재산이 그렇게 많은지 신랑도 나중에 알았다 하더라.”
—명태균 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정치인들이) 창원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했다. 신랑은 사명감으로 일했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서울에 있는다고 아버지 제사에도 못 왔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통화하면서 왔다 갔다 할 때였다.”
—어떻게 보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명태균 씨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나중에 알고 너무 놀랐다. 신랑은 진짜 조용히 살기를 원했다. 눈에 띄기 싫어하고 ‘그림자’라고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한다. 신랑이 원해서 수면 위로 올라온 게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올라온 거다. 제가 억울해서 신랑보고 ‘이준석 의원한테 한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평온하게 잘 살다가 이준석 의원 때문에 우리 일상이 다 망가졌다. 신랑은 ‘준석이가 그렇게 해도 내가 그렇게 사는데 뭐, 내 탓이지’ 이러고 말을 더 안 하더라. 신랑은 제가 강혜경 씨가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고 욕해도 자기 밑에서 일했던 직원이니까 욕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자기를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거짓말이라는 건 어떤 부분인가.
“5년 전쯤 신랑이 미래한국연구소를 김태열 씨한테 넘겨줬다. 그러면서 신랑이 타고 다니던 차도 넘겼다. 그 차를 제가 너무 아꼈는데 신랑이 넘겼다. 그래서 신랑과 많이 싸웠다. 그때 김태열 씨가 차를 본인 명의로 변경하기 위해 서류를 떼 달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있다. 그런데도 김태열 씨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자기 소유가 아니라고 한다. 신랑은 강혜경 씨, 김태열 씨를 믿고 많이 의지했는데 이럴 줄 몰랐다.”
—여러 정치인이 명태균 씨에 대해 모른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제가 그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특히 김종인 전 위원장은 미친놈이라고 하니까. 신랑이 너무 안쓰러웠다. 저한테 저대로 잔소리 듣고 그분(정치인)들한테는 부정당한 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새벽 6시면 전화가 와서 전화에 제가 깨고 그랬다.”
#“대통령하고 통화할 때는 다른 방 가서 받아”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것도 들었나.
“신랑이 대통령하고 통화할 때는 다른 방에 가서 받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 신랑이 장모님(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했다는 건 저도 안다. 그때 신랑이 전화를 끊고 나서 ‘장모님 전화번호는 나 모르는데’ 이랬다.”
—명태균 씨가 숨겨놓은 휴대전화가 있나.
“처음부터 없었다. 기자들이 집 앞에 밤늦게까지 새벽에도 와 있었다. 신랑이 기자들을 집으로 데려와서 밥 먹이고 그랬다. 그런데 신랑이 말한 대로 기사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신랑이 기자들한테 상처를 받아서 약이 많이 올랐다. 신랑이 ‘죄 없는 나를 이렇게 골탕 먹이는데 나는 왜 그렇게 못 하냐’면서 (숨겨놓은 휴대전화가) 있는 것처럼 말한 거다. 그거에 발목이 잡혔다. 저희 시아버지는 화장해서 무덤도 없다.”
—명태균 씨가 대통령 부부에 관해 폭로할 게 있다는 투로 말하기도 했다. 더 폭로할 게 있나.
“없다. 있었으면 좋겠지만 없다. 신랑 의중을 모르겠다. 빨리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 어떻게 할 건지. (구치소에) 들어가고 나면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으면 저도 좋겠는데 아무것도 없다. 일이 이렇게 커지니까 저도 무서웠다. 오죽했으면 제가 신랑한테 ‘나중에 이 정권 끝나면 당신 잡혀가는 거 아니냐, 민주당에 공익제보자로 해서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폭로하자’ 그랬는데 신랑은 ‘폭로는 무슨 폭로냐, 폭로할 게 어디 있느냐’고 하더라.”
창원=남경식 기자 ng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