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득이거나 독이거나
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게 패하게 된다면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책임론을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힘 있는 차기 후보가 지도부에 속해야 한다는 논리다. 가뜩이나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무상급식 전쟁’이 발발한 요즘, 오 전 시장의 2011년 무상급식 실험이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복귀 시점으로 타이밍이 좋다는 평가가 있다.
다른 하나는 여의도연구원장 자리다. 오 전 시장이 이 자리를 탐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치할 사람이 그 자리를 맡아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연구원은 선거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면서 공천과 낙천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자리다. 또 김 대표에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오 전 시장이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은 그리 설득적이지 않다.
어쨌든 오 전 시장이 당에 복귀하면 김 대표로서는 차기 잠룡급을 주위에 포진시킴으로써 청와대가 함부로 당을 움직일 수 없도록 무게를 싣는 셈이다.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영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만약 오 전 시장이 관악을 선대위 본부장을 맡은 뒤 승리할 경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해 안철수 박원순 등 야권 잠룡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 죗값(?)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하나는 친박에서 오 전 시장을 포섭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앞의 이야기와 상반되는 시나리오지만 친박에 차기 주자가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와대에서 오 전 시장을 밀고 친박이 결집한다면 김 대표의 대항마로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6일 “이번 선거의 의미는 두 당(통합진보당·새정치연합)을 심판하는 데 있다. 이번 선거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애써 부인한 아주 독특한 정치집단이 바로 문제가 있어서 새로 치러지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 강성 발언이 오 전 시장의 정계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권의 차기 지형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