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국민 분노 키워라” 북한 지령받은 민노총 전 간부에 중형 선고

100여 차례 걸쳐 북한 지령문 받아…“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이 목적”

[일요신문]  북한의 지령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한 간첩 활동을 해온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주노총 전 간부에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가 받은 북한 지령문에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적 분노를 정부에 돌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11월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지난 11월 6일, 수년 간 100여 차례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하거나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된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아무개 씨(53)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석 씨가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 가운데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투쟁과 같은 정세국면을 조성하는 데 중심을 두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로 분출시키기 위한 조직사업을 적극 전개하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석 씨는 이태원 참사 발생으로부터 2주 정도 지난 2022년 11월 15일께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으로부터 이 같은 지령이 담긴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 씨는 이외에도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02차례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도 파악됐으며, 평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 내 시설, 활주로, 미사일 포대 등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 등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사실 등도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선고 당일인 11월 6일 재판부는 2시간 30여 분에 걸쳐 구체적으로 판단과 양형 이유 등을 밝혔다. 1심 판결문은 239쪽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약 30쪽이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설명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석 씨 등의 범행은) 북한을 이롭게 하고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대한민국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큰 범죄이며,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북한 공작원이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크나큰 고통에 함께 슬퍼하면서 애도의 심정에서 지령을 내렸을리 만무하다"며 "지령문과 보고문의 내용들은 모두 단 하나의 목표인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으로 귀결되며, 피고인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장기간 이에 동조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석 씨는 11월 11일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김태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