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살인·강도 연루 ‘씁쓸’
지난 3월 19일부터 24일까지 광주, 대전, 청주 등지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려다 협박을 당해 금품을 빼앗긴 남성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추적 끝에 잡힌 공갈협박단 일당 4명은 모두 10대였다. 일행 중 한 명인 이 아무개 양(여·16)이 스마트폰 앱으로 성매수자 남성을 찾아 모텔로 유인하면, 옆방에 대기하고 있던 이 양의 친구 김 아무개 군(17) 등 3명이 얼굴을 가린 채 흉기를 들고 급습해 “내 동생이 미성년자인데 성매매를 하느냐.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는 식이었다. 이들 10대 혼성 강도단은 이러한 수법으로 8회에 걸쳐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
경찰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앱 성매매로 인한 2차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 여성이나 성매수자가 역으로 살인·강도 등의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단순 성매매는 일선 경찰서 생활안전과 담당이지만 사기나 협박, 폭행으로 2차 범죄가 이어지면 담당 부서가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사례 등을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2차 범죄로 인해 피해자가 된 성매매 여성이나 성매수자는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사실 때문에 신고를 주저해 피해가 더욱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은 인터넷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려는 시도만으로 처벌을 한다”며 “인터넷상의 대화 내용이 처벌 대상이 돼 범인을 처벌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 이와 같은 내용의 아동유인방지법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정진영 경감은 “지난 19일부터 6일간 전국에서 금품을 빼앗았던 10대 피의자들은 대범하게 범행을 해왔다. 조건만남을 한 남성들이 강도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성매매는 불법이다. 하지만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