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진주(33)씨는 얼마 전 남들 다 한다는 웨딩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좋아하던 간식도 끊고 하루에 2끼만 먹는 소식 다이어트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도 나온 아랫배가 도통 빠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곳에 비해 더 도드라지게 나온 배는 오히려 더 불러진 것 같고 주변에서도 ‘혹시 결혼을 앞두고 속도위반?’ 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씨는 언젠가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고 지하철 계단이라도 오를라치면 몸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진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짜증도 늘었고 스트레스도 심해졌다. 결국 겸사겸사 병원을 찾았고 뜻밖에 ‘자궁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궁질환 여성 200만명 이상으로 추정, 자궁근종 인지율 9%
강남베드로병원 하이푸센터 조필제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여성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아랫배가 나오면 비만이나 나잇살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는 ‘자궁근종’ 증상 중 하나일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피곤하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해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물 혹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근종 환자 수는 2008년 21만8988명에서 2012년 28만5120명으로 4년 새 30%나 늘었다. 물론 자궁근종 환자의 48%가 40대이긴 하지만 20~30대 자궁근종 환자도 1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젊은 자궁근종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늘어나는 자궁근종 환자수가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자궁질환 환자 수는 대부분 과다출혈, 통증 등 증상을 동반한 환자 숫자라는 점이다. 병원을 찾지 않았거나 증상이 가볍거나 없는 환자를 포함하면 자궁질환 여성은 2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 미국, 캐나다, 등 8개국의 15~49세 여성 2만14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궁출혈과 통증 여성 연구’ 조사에서 자신의 자궁근종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4.5(영국)~9.8(이탈리아)로 나타났다. 한국여성(1353명)의 자궁근종 인지율은 9%로 8개국 중 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았다.
이러한 통계자료만으로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이 자궁근종 환자고, 이 정도면 사실상 어떤 질환보다 심각한 상태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고, 있어도 생리량이 많거나 생리통이 심해진 것으로 생각하는 등 병을 모르고 있다가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궁근종의 원인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이 예방법이 없다는 것도 자궁근종 환자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아랫배가 불룩 나오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워도 자궁근종 의심
자궁근종이 있을 때 눈에 띄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30~40%로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의 크기가 클수록 아랫배가 불룩 나오거나 자궁주변의 장기인 방광이나 직장을 압박해 소변을 자주 보고 변비가 생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자궁근종이 생기는 위치가 점막 쪽에 가까울 때는 과다출혈 증상을 보이거나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하혈을 하는 부정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출혈을 방치해 빈혈이 심해지면 손발톱이 얇아지거나 잘 부러지고 기미가 생기거나 두피에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탈모증상이 나타나고 말을 할 때 숨이 차며, 성교통 및 우울증이나 피로를 잘 느끼고 쉽게 짜증이 난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자궁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자란 종양으로 악성으로 변할 가능성이 매우 낮고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거나 위치에 이상이 없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궁근종의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자각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증상이 없더라도 30세 이상의 여성이라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근종은 간단한 초음파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조기 발견하면 수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