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 앞에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보니 보행자들이 길을 걷기 불편했던 게 사실. 얼마 전 서울에서 재밌는 실험이 진행됐다. 버스 대기열 중간쯤에 ‘〕>>>〔’ 표시를 했더니 안내문도 없고 지키는 사람도 없었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테이프 간격만큼 자리를 비운 것. 바닥에 붙은 테이프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 것, 이를 넛지 효과(Nudge Effect)라고 한다. 넛지(Nudge)란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의미로 넛지 효과는 작은 개입만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일컫는다.
남자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놨더니 화장실이 이전보다 더 깨끗해졌다는 실험 또한 넛지 효과의 대표적인 예. 주로 마케팅 용어로 많이 쓰이지만 아이를 키울 때도 이러한 넛지 효과는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 이때 행동 변화를 돕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라고 하는데 이 선택 설계자의 역할을 부모가 대신 하는 것. 부모의 소소한 개입으로 아이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넛지 육아’ 그 실전 팁을 공개한다.
눈금 있는 컵&식기 이용하기
아이가 밥 먹는 데 흥미가 없다면 눈금이 있는 컵이나 식기를 마련해 주자. 아이에게 얼마큼 먹을 것인지 물어보고 그 양만큼 준 뒤에 다 먹으면 크게 칭찬해줄 것. 아이가 재밌어하면 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요령이다. 자기가 먹은 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아이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손 씻게 만드는 블록 비누
남아프리카의 비영리단체인 ‘블리키스도르프포호프(Blikkiesdorp4Hope)’에서 질병에 취약한 아이들을 위한 손 씻기 캠페인의 하나로 비누 안에 작은 장난감을 넣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실제로 손 씻는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하니 이를 집에서도 한번 응용해볼 것. 작은 블록을 비누 안에 눌러 넣은 뒤 아이가 손을 씻을 때마다 “손을 씻으니까 블록이 이만큼 나왔네. 조금만 더 씻으면 블록을 볼 수 있겠다” 식으로 손 씻기를 유도하면 아이가 꽤 재미있어한다.
의외로 효과 좋은 발바닥 스티
현관에 발바닥 모양 스티커를 붙이고 아이가 신발을 그 위에 벗어놓도록 유도해보자. 또 현관부터 화장실까지 발바닥 스티커를 붙여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이 발바닥 스티커를 따라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어야 해”라고 아이에게 일러두면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밀당의 기술 활용하기
남자아이는 경쟁과 승부를 즐긴다.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 아이가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면 성취욕을 높일 수 있다. 외출할 때 아이가 지나치게 꾸물거려 준비가 잘 안 될 때 “엄마하고 누가 옷 빨리 갈아입나 내기해볼까?”라거나 형제에게 “누가 빨리 정리하는지 볼까?” 식으로 경쟁심을 자극하면 효과적. 옷을 입힐 때도 마찬가지다. “동생은 못하는데 ○○이 혼자서 옷도 잘 입고 정말 멋지네” 처럼 경쟁심을 살짝 자극해 보자. 이러한 밀당의 기술은 아이 스스로 행동하게 만드는 넛지가 된다.
수납함에 장난감 그림 그려 붙이기
대부분 엄마들이 정리정돈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이 방에 수납함을 놓아두고 스스로 정리 정돈하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가 제대로 정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럴 때는 도화지에 장난감 모양과 화살표를 그려 수납함에 붙여보자. 쓰레기통에 휴지 모양과 화살표를 그려 붙여도 마찬가지로 효과적이다. 작은 변화지만 그냥 정리 정돈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더 흥미로워한다.
아이가 비만이라면 작은 그릇을 사용
아이가 음식을 제한해야 하는 비만 상태라면 평소 작은 그릇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 연령이 낮을수록 크고 작은 개념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없어 그릇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냉장고에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넣어두지 않는 것 또한 작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사물을 보여준다
책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사과를 실물로 보여주며 만지게 하는 게 교육적 효과가 더 크다. 이는 외국어를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 가령 “이건 사과야. It’s an apple. 색이 빨갛지. It’s red”라고 말하는 것. 또 어려운 개념을 가르쳐줄 때도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려 애쓰지 말고 주변의 사물을 응용하면 아이가 더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에게 ㎎과 g의 차이를 설명한다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뒷면에 표시된 용량을 보여주는 식이다.
저금통은 투명하고 작은 사이즈를 택한다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 습관을 들여놓으면 커서도 큰 도움이 된다. 가정에서 저축 습관을 길러주기 좋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금통을 활용하는 것. 이때 아이의 성취감을 더욱 높이려면 불투명한 것보다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재질을 택하고, 사이즈도 작은 것을 마련해줘 금세 동전이 차게끔 한다.
의외로 효과 높은 동전 지갑
경제관념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의 아이에게 예쁜 지갑을 선물해주자. 그리고 “지갑 안에는 소중한 걸 넣어두는 거야. 네가 착한 일을 하면 엄마가 동전을 하나씩 줄 테니 지갑에 넣어두고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마트에 가서 네가 사고 싶은 장난감을 하나 살 수 있어”라고 말해주어 아이가 용돈으로 받는 동전을 지갑 안에 차곡차곡 모아두도록 유도한다.
양치질은 즐거운 놀이로!
아이가 이 닦기를 싫어한다면 유아용 전동칫솔을 활용해보자. 소리가 나는데다 불까지 들어오는 제품이 많아 양치질을 싫어하는 아이도 호기심을 갖는다. 먼저 전동칫솔을 아이 손에 대주고 아프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 다음 아이의 반응을 살펴볼 것. “이 닦기를 도와주는 재밌는 장난감이야. 엄마도 써보고 싶네”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는 더 흥미를 보인다. 또한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활용해 이 닦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이가 인형 이를 닦아줘서 이가 더 하얘졌구나?”라는 말로 아이가 양치질에 친근감을 갖도록 유도해보자. 스스로 이를 닦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꼭 해야 할 일은 미리 시간을 정해 알려주기
아이가 숫자에 관심이 있다면 시계를 보면서 꼭 해야 할 일들의 시간을 알려주자. 목욕을 할 때는 “7시구나. 목욕할 시간이야”, 목욕을 하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나면 “이제는 8시, 자야 할 시간이란다”라고 말해주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는 자연스레 그 시간이 되면 정해진 일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자아이에게 유용한 변기 스티커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이거나 축구 골대 모형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정중앙으로 소변을 보는 확률이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효과는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스티커를 변기 안에 붙여주면 스스로 소변을 보도록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편식 심한 아이 앞에서는 일부러 더 맛있게 먹는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이가 싫어하는 오이를 생으로 잘라 “오이가 진짜 맛있다~”라고 일부러 소리를 내면서 먹어보자. 형제자매가 합세해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호기심을 갖게 마련이다. 먹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는 게 칭찬해주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옷걸이 활용
옷걸이에 옷을 걸어두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옷걸이나 행어를 활용하자. 또 서랍마다 양말, 티셔츠, 바지 등 그림을 그려서 붙여주면 아이가 재밌어한다. 서랍에 옷을 차곡차곡 정리하기 좋은 칸막이를 넣어두고 “이 사각 박스 안에 옷 넣는 게임을 해볼까?”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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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황선영 기자 / 일러스트 경소영 / 도움말 손석한(연세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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