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영화제 시상식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역시 여배우들의 패션이다. 청룡 영화제 여우주연상 장진영은 섹시한 컨셉트의 의상으로 시선을 끌었다. | ||
2003년 영화계 ‘최고 여배우’의 영광은 이미연, 문소리, 장진영에게 돌아갔다. 영화 <중독>에서 절제된 연기를 선보인 이미연은 이미 지난 6월 제40회 대종상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 문소리가 최근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열린 제24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장에서는 <싱글즈>에서 미묘한 감정 변화를 발랄한 이미지로 그려낸 장진영이 최고 여배우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 3명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의상을 선보인 이는 바로 청룡영화제의 장진영이다. 몸에 딱 달라붙는 은회색 드레스로 매력적인 자태를 표현하면서도 검정색 여성용 턱시도로 무게감을 더한 장진영은 황금색 체인백에 화려한 귀고리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이날 장진영의 의상은 ‘구찌’(Gucci) 2003 FW(가을/겨울) 컬렉션 모델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드레스, 구두, 체인백이 모두 ‘구찌’ 모델로 가격은 드레스 5백20만원, 구두 80만원, 체인백 2백만원이다.
여기에 겉옷으로 입은 턱시도는 ‘로이베’(LOEWE) 제품으로 지난 2002년 5월에 첫 수입된 모델이다. 본래는 상하의 한 벌 의상인데 이날 장진영은 상의만 겉옷으로 입어 변화를 줬다. 이 턱시도의 가격은 3백94만원가량. 시상식장에서 장진영은 상의만 입었지만 매장에서는 상의와 하의를 구분해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밝혀, 그녀와 같은 의상 컨셉트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한 벌을 구입해야 할 듯.
럭셔리한 포인트가 되는 귀고리는 상당히 화려한 모델로 ‘랄트라 모다’(Laltra Moda) 제품이다. 랄트라 모다는 액세서리보다는 의상으로 유명한 브랜드. 현재 액세서리는 압구정동 로드샵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귀고리 가격은 1백만원가량.
장진영이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의 가격을 모두 합하면 1천2백94만원 정도.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고가의 의상을 입었지만 액세서리는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준비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대한민국 영화대상의 주인공 문소리는 수상 당시 ‘저렴한’ 의상이지만 내실있는 패션으로 코디해 눈길을 끌었다.
연한 핑크빛 드레스에 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영화대상 수상식에 나타난 문소리는 전체적으로 단아한 이미지를 선보였지만 치렁치렁한 반지로 색다른 포인트를 줬다.
특히 은회색 드레스는 국내에 단 한 벌만 수입돼 구입 자체도 어려운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이 공식행사 때 입고 나오는 드레스가 2백만∼3백만원 사이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고가품임을 알 수 있다.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김혜수는 청룡영화제에서 2억원대에 이르는 목걸이 반지 팔찌 세트를 착용했다. | ||
구두는 이례적으로 ‘동대문 브랜드’다. 일반적으로 명품을 선호하고 행사장에서는 더욱 명품 브랜드만 이용하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문소리는 당시 과감히 동대문 브랜드를 선택했다. 브랜드 이름은 ‘매니큐어’로 가격은 9만1천원. 현재는 동대문 도매점에서 주문해야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문소리 패션 중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바로 반지다. 일반적인 반지와 달리 치렁치렁한 줄이 달린 이 모델은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에서 판매되고 있다. 본래는 팔찌와 한 세트로 제작된 모델로 별도 구입시 반지 값만 30만8천원이다.
문소리가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선보인 패션의 총 소요비용은 2백77만원가량. 다른 여배우의 드레스 한 벌 값보다 저렴한 돈으로 치장한 셈이다. 게다가 동대문 브랜드 구두를 신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여우주연상의 영예까지 누린 문소리는 매력적인 자태에서 결코 다른 여배우에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스타시스템에 동화되지 않고 외곬 연기파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의지가 패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각종 영화제 ‘최고의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비싼 비용을 들여 코디를 한 주인공은 지난 6월에 열린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미연이다. 당시 이미연은 ‘프라다’(Prada)의 2003년 FW(가을/겨울) 시즌 컬렉션 검정 드레스(2백50만원)에 ‘루이뷔통’(Louis vuitton) 멀티 칼라 파우치 핸드백(60만원)을 들고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 2002년 SS(봄/여름) 시즌 컬렉션 구두(60만원)을 신었다.
의상에서는 장진영에게 밀리지만 이미연은 고가의 액세서리로 총 비용에서 앞섰다. 이미연이 착용한 액세서리는 ‘스티븐 웹스터’(Stephen Webster) 블랙 사파이어 드롭 이어링. 2천만원(추정가) 상당의 이 귀고리는 장진영이 선보인 화려한 귀고리에 비해 모양은 매우 단순하지만 가격은 20배 정도 비싸다.
당시 이미연이 대종상시상식에서 선보인 패션을 값으로 환산하면 2천3백70만원 수준. 의상에서는 장진영에게 밀렸지만 전체적인 스타일 비용에서는 1천만원 이상 ‘앞섰다’.
세 명의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패션 스타일은 어찌 보면 각각의 영화제가 갖는 ‘성격’과 닮아 있다. 불혹의 나이(40회)에 접어든 대종상 시상식이기 때문일까. 이미연은 의상보다는 고가의 액세서리를 강조한 듯한 분위기였다. 전체적인 의상 컨셉트 역시 섹시함을 은은하게 드러내면서 품위를 강조하는 블랙 톤으로 맞췄다.
▲ 문소리,이미연 | ||
이제 두 살배기(2회)인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문소리는 실용적이면서도 예쁜 의상을 준비했다. 어깨선이 드러난 드레스가 섹시해 보이지만 멜빵선 비슷한 밴드가 있어 편안함이 강조됐고 액세서리 역시 치렁치렁한 줄이 신기해 보이는 디자인이다. 전체적인 컨셉트 역시 핑크빛이 연하게 돌지만 순백색에 가까운 색상으로 아이의 순결함을 표현했다.
한편 취재 현장에서 만난 압구정동 및 청담동 패션 관계자들은 청룡영화제에서 선보인 김혜수의 패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물론 섹시한 의상에 대한 얘기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이날 착용한 다이아몬드 액세서리가 더 큰 관심을 끌었다. 목걸이, 팔찌, 반지가 한 세트로 보이는 이 다이아몬드 액세서리의 가격은 2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럭셔리 패션1번지’에서도 부러운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