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한’ 축출 나서며 여권 내홍, ‘윤’ 헌재 탄핵심판 지연전술 전략…‘김’ 특검법 빛 볼 가능성 높아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자폭탄과 지역구 사무실 근조화환·항의집회 등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번째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안철수 김예지 의원에, 일주일 사이 김상욱 조경태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의원 등 7명이 찬성 행렬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표결 전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5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표결 참석은 의원들 자율에 맡기되, 탄핵 ‘부결’ 표를 던지기로 기존 당론을 유지했다.
당론 표단속은 무기명 투표 앞에 무력화됐다. 개표 결과 재석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국민의힘에서 12명 의원이 이탈한 셈이다. 기권과 무효표까지 더하면 이탈 규모는 23명으로 늘어난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이다. 이로써 윤 대통령 직무는 곧바로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됐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12·3 내란 사태는 아직 종결되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내란 특검’이 빠르게 구성돼 수사를 진행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윤석열에 대한 탄핵 인용도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의총에 앉아있던 친윤계 의원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만하고 내려오라” “사퇴하라” 등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철규 강명구 임종득 의원 등을 호명하며 “일어나서 발언하시라”고 맞대응했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이) 무엇을 자백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이철규 의원은 “당대표가 수사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행위, 이 또한 실정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내란죄라고 단정하는 것은 서두른 감이 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대통령 담화가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의 직무를 조속히, 합법적으로 정지시키는데 우리 당이 나서야 한다는 말을 당대표로서 드린다”고 재차 입장표명한 뒤 의총장을 떠났다. 이러한 내홍 모습은 공개 자리에서 벌어진 만큼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한 대표의 차기 대권 경쟁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찬성으로 넘어간 12표를 단속하지 못하고 이재명 2중대를 자처한 한동훈과 레밍들의 반란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야당의 폭압적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탄핵 가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총에서도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표를 향해 “한 대표는 당장 당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지난 전당대회부터 당이 분열한 건 모두 한 대표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한 대표는 “비상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내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맞대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한동훈 대표는 당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대표는 의총에서 나와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 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나는 (당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비대위 전환 시,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에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당대표 직무대행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친윤계에서는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한 대표의 당대표 권한이 자동으로 사라지고 ‘궐위’ 상태가 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비대위원장 임명권도 당대표 권한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논리다.
친한계에서는 한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대표에 비대위원장 임명권한이 있다고 보는 걸로 전해진다. 한 대표가 본인 또는 친한계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해 한동훈 지도부 시즌2를 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수적으로 열세인 친한계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계엄 선포 이후 원외이자 비주류 수장인 한 대표의 당 장악력엔 한계가 뚜렷했다. 최고위 유지의 보루였던 ‘러닝메이트’ 장동혁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마저 동반 사퇴한 것이 한 대표 리더십에 균열이 생긴 방증이란 해석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에 오른 이후 이뤄낸 성과가 없다. 최근 가족 명의의 당원게시판 논란과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서도 본인의 입장을 정하지 못했고, 전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와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격차가 계속 벌어졌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로 나서기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친윤계에서도 윤 대통령을 보호하려 당권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다. 그들도 이미 윤 대통령은 끝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본인들이 생존하기 위해 당권을 노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계엄령 발동 이유에 대해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국정마비와 국헌문란을 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냐”고 되물었다.
14일 탄핵 가결 직후 내놓은 담화에서도 “나는 지금 잠시 멈춰 서지만, 지난 2년 반 국민과 함께 걸어온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된다”며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 탄핵심판 지연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제기된 혐의와 증거자료에 건건이 이의 제기하고, 여러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해 심판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간다는 것이다. 그 사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대법원 ‘피선거권 박탈형’ 유죄 확정 선고가 나와, 여야 통틀어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를 대선에 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계산이다.
앞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사건이 헌재로 넘어간 지 63일 만에 기각 결정이 났고,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91일 만에 인용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80일 안에 탄핵심판 결론을 내도록 법에 규정돼있다. 다만 훈시 규정이라 반드시 기한 내 선고를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박찬대 원내대표도 탄핵심판을 맡게 된 헌재를 향해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파괴한 엄중한 사안인 만큼 탄핵심판 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함께 헌법에 따른 엄정한 심판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법조인 출신 야당 의원은 “그래도 만약 헌재가 윤 대통령의 지연작전에 호응해 재판을 길게 가져간다면 다른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의결서를 접수 받은 헌재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약속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6일 오전 10시 재판관 회의를 소집했고, 사건 처리 일정을 논의하겠다”며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하고 수명재판관 2명을 지정하며 헌법연구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내란죄 관련해서는 경찰 국수본·공수처·국방부 조사본부가 뭉친 공조수사본부와 검찰·군검찰이 함께한 검찰 특수본이 수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경찰은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각각 구속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용산 대통령실 및 한남동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가 과거 사용했던, ‘황금폰’을 확보했다. 명 씨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황금폰에 명 씨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여권 유력 정치인과 주고받은 통화녹음이나 메시지 캡처 등이 담긴 것으로 보고 포렌식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이 핵심증거를 확보하면서 ‘공천개입·국정개입’ ‘창원산단 선정 개입’ 등 수사가 윤 대통령 부부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국회는 지난 12일 ‘12·3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가결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으로 권한이 정지되면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권한대행인 한덕수 총리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한 총리는 탄핵안 가결 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에서 처리된 일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곧 뵙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한 총리 역시 내란죄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 소환 통보를 받은 상태라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에 두 특검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네 번째 시도 만에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명품백 수수,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계약 개입, 채 해병 사망 사건 및 세관마약 사건 구명 로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12·3 내란 특검이 본격 가동, 윤 대통령의 내란죄 관련 혐의가 구체화되면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