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빈곤아동 개탄 뒤에선 아동매춘 탐닉
다카시마 유헤이
머리가 하얗게 센 백발의 남자는 카메라를 힐끔 쳐다보더니, 고개를 떨군 채 경찰차에 올라탔다. 지난 9일 아동 포르노 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다카시마 유헤이 씨. 그는 덤덤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요코하마 시립중학교 교장을 지낸 다카시마 용의자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웃 사람들은 그에 대해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인상이 선하다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자주 오갔다”고 전했다. 학부모들 역시 “온화하고 차분한 인상”으로 다카시마 씨를 기억했다. 아무도 그에게 추악한 ‘민낯’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다카시마 용의자는 1988년부터 3년간 필리핀에 있는 일본인 학교에 부임했는데 이때 아동매춘에 빠졌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당시 용의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많다. 꿈을 꿀 수 없는 아이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완벽한 이중생활이었다. 가난한 아동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던 교육자가 밤에는 싼값에 어린 소녀들을 사서 음란행위를 벌였던 것이다.
일본에 귀국한 후에도 용의자는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1년에 3번씩, 필리핀으로 성매매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27년간 용의자는 무려 1만 2000명이 넘는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이 중에서 10%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바꿔 말하면 한 달에 마흔 명 가까운 여성과 성매매를 한 셈이며, 그 중 서너 명은 미성년자였다는 얘기다. 다카시마 용의자는 “위법 행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필리핀에서 처음 매춘을 경험했을 때 쾌락을 느꼈다”면서 “영어로 얘기하면 인격이 바뀌는 나 자신을 억제하지 못했다. 업무의 압박이 심하면 심할수록 성매매로 큰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일본 전직 중학교 교장 다카시마 유헤이가 27년간 미성년자 등 1만 2000명의 여성과 성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ANN 뉴스캡처.
특히 어린 소녀들과의 매춘을 이어온 이유에 대해서는 “신체의 청결함과 신선함을 느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이와 관련, 용의자가 재직한 중학교 출신인 여성은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그런 눈으로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며 경악했다.
한편, 경찰이 다카시마 용의자의 집을 압수 수색한 결과 아동 포르노영상을 비롯해 400여 개의 앨범에서 여성들의 음란 사진 14만 7000장이 쏟아져 나왔다. 사진은 일련번호를 붙여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는데, 이에 대해 용의자는 “추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답해 또 한 번 말문을 잃게 했다. 이에 일본 네티즌들은 “희대의 에로 교장” “일본의 수치다” 등등 야유와 비난을 퍼부었다.
엽기적인 ‘전직 교장의 성매매’ 파문은 일본 교육위원회(우리의 교육청과 비슷)로 불똥이 튀고 있다. 먼저 교육평론가인 오기 나오키 씨는 “이런 ‘파렴치 교장’을 몰라 본 교육위원회에도 행정관리 책임이 있다”고 추궁했다. 20년을 넘게 2주간씩 수십 차례 필리핀에 건너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위원회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너무나 창피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하야시 후미코 요코하마 시장도 정례 브리핑에서 “학교 교장이라는 직위에 있던 사람이 이런 행위를 했다니 경악스럽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오랜 기간 (주위에서 이상함을) 몰랐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인권의식에 대한 교육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요코하마 교육위원회는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사과를 표명했다. 그러나 다카시마 용의자의 근무태도와 인품에 대해서는 “퇴직한 뒤 시간이 좀 흘렀기 때문에 현재 해당 학교관계자로부터 사정청취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교육의원회에 의하면, 다카시마 용의자는 1975년 교직에 첫발을 내딛은 뒤 교사, 교감을 거쳐 2011년 3월 말까지 중학교 교장을 지내고 정년퇴직했다. 교육위원회는 “재직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다카시마에게 지급된 퇴직금 3000만 엔(약 2억 7000만 원)의 반환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