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양마 무조건 지우면 ‘큰 코’
예전엔 휴양마가 출전하면 웬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나와도 어지간하면 지웠다. 출주공백에 따른 능력저하가 염려되고, 능력 저하가 없더라도 경주감각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휴양마들이 예전과 달리 복귀전에서부터 바로 입상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사진제공=힌국마사회
하지만 요즘 경마를 보면 경마관계자들이 그동안 ‘염불’처럼 되뇌어온 이런 것들이 변명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다. 휴양마들이 복귀전에서부터 바로 입상하는 경우가 일상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데이터로 설명할 생각이 없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기에서 언급하는 것은 휴양마라는 이유로 아무생각없이 지우는 나쁜 습관을 고치자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휴양마 중에서 옥석을 가리자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왜냐하면 모든 휴양마를 과거의 능력만 보고 베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강약을 잘 조절하면서 3주 이상 충실히 준비한 말은 꼭 두번 세번 확인한다. 과거 잘 뛸 때의 능력을 지금 편성에 대입해보고 현장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지난주에도 이런 분석으로 두 마리를 노렸는데 1승 1패였다.
지난 12일 열린 렛츠런파크서울 11경주에서 ‘휴양마’ 럭키라이트가 1위로 결승선에 들어오는 모습.
토요일 마지막 경주에서 정상마루는 충실한 훈련을 받고 거의 최상의 상태로 출전했지만 초반에 자리잡기에 실패해 후미로 밀리는 바람에 막판 추격을 했음에도 4위에 그쳤다. 베팅은 실패했지만 삼복승 배당이 최소 100배가 넘었고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베팅이었다고 자평했다.
일요일도 마지막 경주를 노렸다. 2번 럭키라이트는 직전경주(2월 8일 10경주)에서 인기1위마였지만 초중반 폭주를 하고 10위에 그쳤다. 이번에 63일 만에 출전했지만 무려 4주 이상 장기간 강약을 잘 조절하며 충실히 전력을 다졌고, 컨디션도 좋았다. 현장에선 말을 못보는 초보자가 봐도 한눈에 좋아보일 만큼 컨디션은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이번에도 경주 중 1번 파라오의 강력한 견제를 받아 폭주할 뻔했지만 노련한 문세영 기수가 선행싸움을 피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략으로 레이스를 이끈 뒤에 결승선에서 여유있게 상대를 따돌렸다.
# 함수율보다 빠른 흐름 보여
경마에서 주로 빠르기는 꼭 기억해야 할 사안이다. 마사회에서 친절하게 주로빠르기를 분석해 인터넷 및 책자에 공개하고 있지만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꼭 따져봐야 할 점은 역시 함수율만 반영하면 믿어도 되는 기록이냐다.
지난주(4월 10~12일)는 서울과 부산 공히 함수율보다 좀더 빠른 흐름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경주로 함수율은 토요일 6~5%, 일요일 4%를 기록했지만 양일간 모두 1~2초 정도의 빠른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일요일 경마기록을 평소의 건조주로에서 작성한 것과 동일시하면 엄청난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비가 내린 직후에 표면이 급속하게 말라서 생기는 건조주로는 평소의 건조주로와는 다르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부산도 거의 비슷하다. 금요일은 10~8%, 일요일은 6%의 함수율이었지만 기록은 오히려 일요일이 빨랐다. 필자가 이번에 입상한 마필들 중에서 과거에 입상한 적이 있는 말들만 추려서 비교를 해 보았더니 금요일은 함수율을 감안한 스피드지수와 비슷했고 일요일은 함수율이 조금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불량주로에 가까운 빠르기를 보였다. 이 점은 기록분석을 토대로 경마를 하는 팬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하다. 특별히 기록이 잘 나온 날은 꼭 메모를 해두는 습관을 기르면 나중에 뜻밖의 행운을 맛볼 수 있다. 기록에서 거품을 걷어내는 것이야말로 기록경마에선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경마는 선행마 놀음’ 입증
‘경마는 선행마 놀음이다’는 말이 있듯 선행마와 선입마가 많이 입상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지만 주로가 가볍고 기록이 잘 나오는 흐름에선 앞선에서 뛰는 말들이 더욱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후미에서 따라가다 막판에 힘을 쓰는 추입마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앞에서 서로 싸워주지 않는다면 입상의 기회가 없는 것.
지난주도 역시 그랬다. 후미에서 추입하는 말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가뭄에 콩나듯했고, 무엇보다 앞선이 싸우는 경우에도 3~4선에 있는 선입세력이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 중후미에 있는 말들에게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제 추입마들도 처음부터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동급최강 우승 ‘대이변’
레이팅 1, 2위마 벌마의꿈(외산)과 경부대로(국산)의 자존심 싸움으로 관심을 모았던 부경 일요경마 6경주는 엉뚱하게 결과가 나왔다. 경부대로가 2위를 하며 겨우 체면을 지켜낸 반면 벌마의꿈은 4위로 입상권에서 밀려났다. 두 마리 모두 과중한 핸디캡에 무너진 셈이었다. 이 경주 1위는 부담중량 53kg을 배정받은 동급최강이 차지했다. 벌마의꿈에 비해 무려 7kg이나 적었다. 이번 경주에서 벌마의꿈은 4위에 그쳤지만 레이팅 1위(134)는 지켜냈다. 경부대로는 +1점으로 133을 얻어 여전히 2위.
# 엉덩이 쓰다듬기 이제 그만
얼마 전 싱가포르 터프컬럽은 데이비드 R. 프로레스(David R. Flores) 기수에게 기승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데이비드 기수는 지난해 아시아챌린지컵 대회(서울경마장)에서 엘파드리노를 타고 한국의 원더볼트를 2마신 차이로 이긴 그 기수다. 기승정지 사연은 이렇다. 초중반에 자리잡기에 실패했다는 것과 결승선에서 대충 탔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장면인데 싱가포르에선 용납되지 않는가 보다. 미꾸라지들이 충분히 빠져나가고 남을 만큼 우리의 그물이 촘촘하지 못한 건 아닐까.
일부 기수들은 승부가 걸린 경주와 아닌 경주에서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대표적인 게 채찍 사용이다. 승부가 걸린 경주에선 체중을 실어서 온몸으로 개패듯 때리지만 인기마 빼먹기를 할 때는 마필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어떤 경우에는 때리는 시늉만 하는 ‘가라채찍’이 너무도 선명해 보기 안쓰러울 때도 있다.
물론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기수들은 할말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매 경주 죽을 힘을 다해 탈 수 있느냐, 마필의 성질에 따라 다르게 다루는 것이다, 말은 겁이 많아 살짝 때리는 시늉만 해도 알아서 뛴다, 아직 힘이 덜 차 심하게 때리면 고장난다 등등. 일일이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 자신도 그것이 변명일 뿐이고 설득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과거의 경주동영상이 모두 있기 때문에 동일 기수의 동일 마필 기승을 비교하면서 얼마든지 검증할 수 있다. 열심히 타지 않는 기수들은 경마팬들이 소송을 걸지 않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