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공격수, ‘인민 루니’ 정대세다. 정대세는 최대 라이벌인 FC서울과의 ‘수퍼매치’에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며 2골 2도움으로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 정대세는 이전까지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능적인 플레이로 커리어 최고로 꼽힐만한 경기를 펼쳤다.
정대세는 이전까지 대포알 같은 슈팅력과 더불어 파워와 스피드 등 신체적 능력으로는 정평이 나 있었다. 정대세는 지난 2008년 동아시아 대회에서 북한 국가대표팀에서 동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정대세는 이후 북한 대표팀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올리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정대세는 분데스리가 팀 보훔과 쾰른에서 분데스리가를 경험했다. 정대세는 분데스리가에서 수원으로 전격적으로 이적하며 K리그 팬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기회를 잡았다. 수원으로의 이적이 결정되자 많은 팬들은 정대세의 저돌적인 모습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정대세의 활약은 빅리그인 분데스리가 출신 선수에 대한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따금씩 자신만의 번뜩이는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지만 다소 독단적이고 탐욕적 플레이로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동료에게 더 확실한 찬스가 있음에도 무리한 슈팅을 날리곤 했었던 것이다.
이러한 그의 플레이 경향은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K리그 데뷔 첫 해인 지난 2013년에는 23경기에서 10골, 이듬해에는 28경기에서 7골을 기록하며 ‘수원의 최전방 공격수’로서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도움 기록은 각각 2개와 1개로 도우미 역할은 낙제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많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공격수, 동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공격수였던 정대세가 올시즌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그 개막전 이후 인천, 성남과의 경기에서 연속 도움을 올리며 예열을 마친 그는 마침내 지난 ‘수퍼매치’에서 폭발했다. 기존의 폭발적 움직임과 더불어 힘을 뺄 때는 빼면서 동료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드는 선수로 변신한 것이다.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가벼운 터치로 이상호와 염기훈의 골을 도왔다. 또한 쾌조의 컨디션으로 볼을 몸에 붙이는 유려한 볼터치, 강력한 몸싸움 능력, 정확한 슈팅 등 공격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만큼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네티즌들로부터 ‘축구 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안드레이 피를로 못지 않은 기량을 보여 탄성을 자아냈다.
올해 37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K리그 대표 공격수 이동국 또한 30대 이후로 기량을 발전시키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바 있다. 적지 않은 나이 임에도 기량 면에서 한단계 올라선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정대세가 이동국으로 쏠려 있는 K리그 팬들의 관심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