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거절한 배역을 군소리 없이 맡은 배우들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대부분은 충무로에서 요즘 ‘잘나가는’ 배우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비중이 적어서’ 등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실랑이를 벌였던 여타 배우들에 비하면 이들이야말로 진짜 연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얼굴없는 미녀>에 ‘석원’역으로 출연중인 김태우는 다른 배우들이 마다한 배역을 선뜻 수락했다. 함께 출연하는 김혜수에 비해 상대역 김태우는 주연이라고 하기엔 관심을 받기 힘든 역할. 김혜수의 정신과 상담의사로 등장하는데 주로 김혜수 중심으로 흘러가는 영화를 받쳐주는 인물이다. 김혜수가 처음으로 베드신을 찍는다는 이유로도 주목을 끌고 있어 자존심 센 남자배우들은 다소 ‘밀릴 수 있는’ ‘석원’ 역을 선뜻 내켜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김태우는 달랐다. 영화에는 김태우와 김혜수의 파격적인 정사신도 들어 있어 부담감이 클 만도 했는데, 그는 이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의 이런 모습에 김석원 감독 역시 고마움을 나타냈다는 후문.
<올드보이>의 유지태 역시 남들이 마다한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호평을 받았다. 그가 연기했던 ‘이우진’은 누가 봐도 ‘오대수’(최민식 분)에게 ‘밀리는’ 역이였다. 출연하는 장면의 길이로 보나 비중으로 보나 단연 최민식 ‘홀로 주연’이라고 봐야 할 정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시나리오를 받았던 다른 배우들은 모두 고사했지만, 유지태는 “비중은 작지만 영화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역”이라며 ‘우진’ 역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는? 관객들로부터 “유지태를 다시 봤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근사하게 배역을 소화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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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3 1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