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트문트 팬들 입장에선 바이에른 뮌휜에 대한 분노가 매우 높다. 도르트문트 전성기를 이끈 마리오 괴체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연이어 데려간 데 이어 마르코 로이스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오 괴체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여전히 있었더라면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이처럼 허망하게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도르트문트는 2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2014-2015 DFB 포칼 준결승 바이에른 뮌헨과 원정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트레블을 노리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강력한 일격을 가한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을 무관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사진 출처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식 페이스북
리그 우승을 이미 확정한 상황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챔피언스리그다. 4강에 진출해 준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를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는 바이에른 뮌헨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친정팀으로 쉽지 않은 상대지만 한 번 해볼 만 한 상대이기도 하다. 과르디올라라는 이름으로 인해 더욱 치열해진 챔피언스리그 4강이다. 바르셀로나만 넘으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보인다. 꿈의 트레블이 멀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
그런데 의외의 대목에서 발목이 잡혔다. DFB 포칼 결승 준결승에서 힘 빠진 도르트문트를 만나는 터라 가볍게 이기고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확정 지을 계획이던 바이에른 뮌헨은 결국 도르트문트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미운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을 막아내며 화려한 복수에 성공했으며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그칠 위기에서도 벗어났으니 매우 기분 좋은 승리다. 그렇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이번 승리로 인해 이번에는 위르겐 클롭 감독을 바이에른 뮌헨에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 분데스리가, 아니 유럽 축구계 전체가 클롭 감독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도르트문트는 2014~2015시즌을 종료한 클롭 감독과의 계약을 종결하고 토마스 투헬 전 마인츠 감독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클롭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유럽 명문 구단들의 움직임이 가열되고 있으며 이미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가 접촉을 시작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클롭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의 사령탑을 맞게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프란츠 베켄바워 바이에른 명예 회장이 “클롭 감독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후임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내가 회장이었을 때 클롭이 바이에른 뮌헨에 맞는 감독이라고 생각했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물론 뮌헨에는 과르디올라라는 세계적인 명장이 버티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한 얘기였다. 클롭이 바이에른 뮌헨의 감독이 될 지라도 당장이 아닌 수년 뒤의 이야기라는 인식이 많았다. 그렇지만 트레블 달성 실패로 과르디올라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독일 현지 매스컴들은 과르디올라가 트레블에 실패해 바이에른 뮌헨 감독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의 발목을 잡은 것이 결국은 클롭 감독까지 그들에게 내주는 빌미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미 도르트문트는 클롭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해 그를 놔줬다. 따라서 그가 바이에른 뮌헨 사령탑으로 갈 지라도 아무론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그렇지만 이미 마리오 괴체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내준 도르트문트 팬듭 입장에선 클롭 감독 역시 빼앗겼다는 인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르트문트 팬들은 90년대 중반 도르트문트 전성기의 주역인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을 바이에른 뮌헨에 내준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악연은 이처럼 더욱 더 깊어만 가고 도르트문트 팬들은 기막힌 승리 앞에서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