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집의 푸른 외투 : 원서동 율곡로 담쟁이 중에서
<서울 사는 나무>는 말 그대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나무 이야기다. ‘서울’은 ‘나무’와 함께 책의 큰 축이다. 서울의 흔한 길과 그 길이 지나는 동네, 서울을 숨 쉬게 하는 크고 작은 공원,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에 역사성과 균형감을 선사하는 조선의 궁궐까지 서울의 근간을 이루는 공간이 주 무대다. 어찌하여 그 나무가 그 자리에 살게 되었는지 연유를 되짚으며 자연스레 나무가 살아가는 길과 공원, 궁궐의 내력을 들여다본다.
거대하나 부박한 도시, 서울에서 나무는 생명이기보다는 물체에 가깝다. 간판 가린다, 그늘 드리운다, 낙엽 많이 진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가지치기를 당하고 댕강 베어진다. 툭하면 손발이 잘리고 여차하면 참수 당한다. 면적 대비 생산성을 들이대며 치솟는 땅값에 나무 선 자리조차 탐내는 이들도 숱하다. 당장 돈벌이를 해오지 않는 나무는 고장난 전봇대 비슷한 취급을 받곤 한다.
서울에 사는 나무가 처한 각박한 현실은 곧 서울에 사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번다한 도심에서 생존하는 일은 나무나 사람이나 고되고 치열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은 입이 있어 하소연이라도 하고 다리가 있어 달아나기라도 하건만, 나무는 그 모두를 고요히 받아들여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릴 뿐이다. 담대하고 현명한 나무는 시간과 자연을 따르며 순리를 받아들인다. 억지스러운 인간은 허다해도 억지스러운 나무가 없는 이유다.
글·사진 장세이. 목수책방. 정가 2만 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